연말 망년회 자리에서 지인으로부터 건축가로 알려진 유현준이라는 분이 쓴 『공간의 미래』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나는 이 책을 유튜브 팟케스트 알릴레오를 통해 이미 소개받은 바 있으며 저자 유현준도 그간 방송이나 팟케스트에 출연한 장면을 본 적이 더러 있던 터라 내 쪽에서는 구면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솔직히 선물 받은 책을 읽기에 다소 거리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물 받은 책을 읽지 않으려니 시간을 내서 서점에 들려 책을 골라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분의 마음마저 외면하는 것이라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최근에야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공간의 미래』를 읽었는데 역시 저자와 『공간의 미래』는 내 스타일은 아닌 것을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나는 저자 유현준이라는 분이 유명한 건축가이고 언변이 뛰어나 방송 출연이 잦을 뿐 아니라 건축가로서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이 깊고 건축과 관련된 역사나 문화, 사회 환경에 대한 식견이 뛰어난 분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나는 늘 이분의 단정적인 듯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책 역시 지엽적인 증거를 모아놓고 어떤 현상에 대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느껴질뿐더러 간명한 주제를 두고 중언과 부언을 반복하고 있어서 영 읽기 거북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자니 저자의 책을 대하는 내 태도에 오히려 문제가 있지 않나 무엇이 내 문제인가 생각해보니 그 본질은 남에게 설득 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꼰대스러운 내 태도가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어쩌랴. 어찌되었건 오늘의 책, 2021 올해의 책이 내 스타일 아닌 것을.
내 스타일 아냐
장미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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