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대가 온통 꽃무더기니 이를 어쩌나│사석원│2007년│서울미술관

2016. 2.

 

십년 전에 『황홀한 쿠바』라는 쿠바 여행기를 사 읽었다. 화가 사석원이 낸 책이라는 소개가 책 제목에 붙었는데 그때는 저자를 알지도 못했고 당시만 해도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여권으로 여행이 쉽지 않다던 미지의 나라 쿠바 여행기라는 점에 혹 해서 책을 샀다.

페이지 사이에 저자가 쿠바에서 담아온 사진도 있었고 그때 느낌을 담은 저자의 그림도 소개되어 있었는데 사진 퀄리티도 그저 그랬고 그림 역시 내 스타일 아니었을뿐더러 책을 낸 필자로 좋은 점수를 줄 만큼 글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몇해 전에 본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장면과 그 음악에 감명 받았던터라 책을 읽던 내내 제목처럼 황홀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다시 십 수년의 시간을 건너 뛴 최근에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화가 사석원의 작품 「망향대가 온통 꽃무더기니 이를 어쩌나」라는 작품을 봤다. 작품 속에 봄의 색깔이 뚝뚝 묻어 떨어지고 있었다. 사서 오래 기억에 남겠다 싶은 책은 버리지 않는데 화가 사석원의 작품을 담은 못 찍은 사진을 앞에 두고 책장 쪽을 쳐다보니 붉은 색 겉표지를 가진 『황홀한 쿠바』가 먼지를 얹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사에는 가끔 빽도의 상황도 등장하지만 정말 빽도처럼 2007년에는 갈 수 있던 금강산 망향대는 지금은 갈 길이 막혀 버렸고 먼지를 이고 앉은 『황홀한 쿠바』를 다시 열어볼 것인지 장담하지도 못하겠다. 어찌되었건 다음 한주 그야말로 무더기를 이루어 터져 버릴 봄꽃이 떨어지는 밤은 길고도 짧게 이어지며 그렇게 봄날은 가리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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