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고만 요란했던 책 몇 권을 읽고 실망이 컸는데 오랜만에 읽을 만한 신간 한권을 읽었기에 몇 자 남기려 한다. 『바람을 품은 돌집』은 건축가 김인철이 네팔 중북부 무스땅 지역 라디오 방송국 설계와 시공에 참여하게 된 사연과 그 경과에 대한 사연을 풀어 놓은 책이다.
비행기를 세번 갈아타고서야 도착할 수 있다는 네팔 오지의 라디오 방송국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와 문화방송(MBC)의 원조로 세워지는 것이고 이 국제협력사업에 저자가 건축가로서 재능 기부의 형식을 빌려 참여한 과정, 그 경과의 상세가 이 책의 대강이다. 대개 이런 종류의 책은 저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하는 자화자찬을 앞세우거나 저자의 건축론을 장광설로 늘어놓아 흥미를 떨어트리기 쉽다. 그러므로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을 처음 받고는 역시 얼마 읽지 못하고 책을 덮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책의 반을 네팔의 환경과 역사, 문화에 대한 소개로 채우고 그에 얽힌 건축가로서의 소회를 풀어 놓기로 오히려 여행기의 범주에 넣어도 딱히 이상할 게 없어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네팔의 전통 건축 소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사람이 만든 건축물의 시간적 배경이 역사일 것이고 공간적 배경이 지리일 것이라면 건축물이 들어설 곳의 역사와 지리에 무심한 사람이 어찌 좋은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들이 생략된 건축서가 어찌 좋은 책으로 남을 수 있을까? 그런 점들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근래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양서에 이 책을 끼워 놓아 크게 무리가 없겠다 한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멋진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이나 때로 갑갑한 일상을 위로하는 큰 즐거움이다. 요 며칠 동안 아침 출근길이 그나마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아마 출근길에 좋은 책이 내 손에 쥐어져 있던 까닭이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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