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덤계곡│존 컨스터블│1802년│런던 빅토리아-앨버트미술관

Dedham Vale, John Constable, 1802,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데덤계곡│존 컨스터블│1827년│스코틀랜드 내셔널갤러리, 에든버러

The Vale of Dedham, John Constable, 1827,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Edinburgh

 

1802년 스물 여섯 살이 된 존 컨스터블은 영국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 RA)으로부터 군사학교 드로잉 강사 자리를 제의 받았다. 왕립미술원 정회원 자격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텐데 존 컨스터블은 이를 거절하고 풍경화에 천착하기로 한다. 그해 완성한 작품이 고향 풍경을 담은 「데덤계곡」(The Vale of Dedham)이었다. 「데덤계곡」은 화폭 먼 곳에 화가 다닌 학교가 있는 데덤 마을 성당 종탑을 배치한 다음 데덤계곡의 낮은 구릉지대를 따라 흐르는 스투어(Stour)강 풍경을 담은, 얼핏 참 심심한 풍경화로 보이지만 근대 유럽 회화사에 있어 풍경화라는 장르를 확립한 매우 의미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그로부터 25년 후 1827년에 쉰 한 살이 되어 화가로서 완숙기에 접어든 존 컨스터블은 1802년작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담은 작품을 하나 더 그렸다.

 

1827년작의 필선은 더욱 정교해졌고 색 구성 또한 더욱 세련되어졌는데 젊은 시절 그린 1802년작의 다소 거친, 그러나 힘찬 터치로 그린 작품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존 컨스터블이 태어난 마을 이스트 버골트(East Bergholt)와 작품 속에 먼 마을로 표현된 그가 다닌 학교가 있는 데덤, 그리고 1827년작에 표현된 플랫포드 수차제분소(Flatford Mill)와 작품을 그리기 위해 존 컨스터블이 이젤을 놓은 언덕 즉 작품 「데덤계곡」의 시점이 되는 지점까지 네 지점간 거리는 각각 약 3km 정도 된다. 영국에 사는 동안 데덤계곡을 찾아 스투어강 강변길을 산책할 때마다 존 컨스터블의 작품 「데덤계곡」을 떠올리고 내가 걷는 자리가 그림 속에 표현된 어디 즈음일까 가늠해보곤 했다. 존 컨스터블은 젊은 시절 런던과 고향 데덤계곡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했는데 겨울에는 주로 런던에 머물렀다고 한다. 비록 존 컨스터블은 겨울에 데덤계곡을 찾지 않았겠지만 긴긴 영국의 겨울, 내가 찾아간 데덤계곡은 겨울조차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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