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안에서』(Within the frame)라는 책을 읽는다. 부제 ‘1%의 차이가 만드는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이 책 내용을 대표하니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요점이다. 이 책 말고도 나는 사진을 논하는 책을 제법 많이 가지고 있는데 책을 읽는다고 결코 좋은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책은 그 ‘1%’의 차이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그 1%의 차이라는 것이 좋은 카메라로도, 좋은 렌즈로도, 좋은 후보정으로도 극복되지 않는 결국 사진 찍는 사람의 재능에 달린 것이라는 점, 못 찍는 찍새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달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진에 관한 책을 내가 손에 쥐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진이 좋고 또 사진 찍는 것이 좋으니까.
사진을 논한 뭇 책들에서 익히 읽어온 것이지만 조금은 특별함을 가장한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진부한 세임 올드 스토리(same old story)가 소개 되어 있다. 사진은 빼기의 예술이라는 말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프레임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고민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 고민하라는 의미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오늘도 못 찍는 찍새는 뷰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눈에 보이는 것은 다 담아야 할 텐데 하며 고민이다. 산도 강도, 그 강 위에 걸린 다리도 담고 그런 풍경 속에 산보하는 사람도 있어야겠고 뿐이랴, 자세히 보면 마치 렌즈에 붙은 먼지처럼 보이는 새들도 담아야지 한다. 이러니 결과물이 언제나 조잡할 밖에 없다. 필자는 나와 같은 못 찍는 찍새를 위해 유용한 조언이랍시고 화각이 좁은 망원렌즈를 써보라 권한다. 이 또한 세임 올드 스토리다. 이미 오래 전에 300mm 초망원 렌즈를 마련했다가 파인더 안에 담기는 장면의 갑갑함에 진즉 장터에서 팔아 먹어버렸던 것이다.
지난 휴일 한강변에 자전거를 몰고 나갔다 찍어온 사진은 지난 해 이맘때 즈음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과 하나도 다르지 않고 28mm 화각 안에도 다 넣지 못한 지난 겨울을 버틴 야윈 나무 한 그루가 아쉬워 좀 더 넓은 화각을 가진 광각렌즈를 가져오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집에 두고 온 17mm 광각렌즈로 사진을 찍어, 잘린 나무 한 그루가 프레임 안에 담겼다면 아쉬움이 가실까? 사진의 뭇 선학들이 설파한 바 그대로 ‘나무 한 그루가 더해진’ 사진은 더욱 조잡해 보이겠지. 그럼에도 같은 자리에서 못 찍는 사진을 또 찍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내 재능이 그 ‘1%’의 바깥에 있다는 점 때문이고 그럼에도 사진이 좋고 또 사진 찍는 것이 좋으니까. '프레임 안에서.'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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