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021 HWP
어릴 때부터 요즘은 전통시장이라고도 하는 재래시장 구경을 좋아했다. 이제와 확인해보니 중학교 때 편도로 1.7km나 되는 꽤 먼 거리를 걸어서 통학 했는데 그때도 하교길에 굳이 먼 길을 둘러 집으로 가는 길을 택해 자주 시장 골목을 구경하곤 했다. 어물전의 기분 좋은 비린내며 방앗간의 깨 볶는 냄새며 새로 튀긴 오뎅을 좌판에 늘어놓은 그 기름진 냄새며, 비록 그것들을 사먹지 못해도 냄새 맡는 것만으로도 잠시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나의 재래시장 구경은 나이가 든 장년까지 이어져 요즘도 자전거 타고 나간 김에 인근 재래시장을 들려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이른바 시장 맛집에서 가벼운 요기도 하는데 안양천자전거길 상류 방향으로 행선을 택할 때면 언제나 안양중앙시장에 들려 재미난 시장구경과 함께 “안양홍두깨손칼국수” 한 그릇 사먹는 것을 자전거 타고 다니는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가볍게 먹고 싶을 때는 한 그릇 사천 원 손칼국수 한 그릇이면 족하고, 좀 거하게 먹고 싶다면 한 그릇 오천 원 칼만두 한 그릇이면 족하다. 국수 한 그릇의 원가야 뻔하겠지만 이 칼국수를 앞에 두고서는 멸치를 우려낸 육수를 베이스로 하고 쫄깃한 칼국수 면과 함께 김 가루, 애호박, 마늘, 양파 그리고 참기름을 두른 양념장이 조화를 이루며 내는 맛은 어쩌면 우리 세대, 한국인이 아니면 절대 그 특별한 맛의 의미를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