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MINIs, Suffolk, UK

AUG 2010 HWP

연비 좋고 구조 단순해서 유지 비용이 싸게 먹히는 국민차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독일산 딱정벌레차 폭스바겐 비틀(Volkswagen Beetle)이다. 딱정벌레차 비틀은 히틀러의 나찌가 정권을 잡은 뒤 1938년 처음 등장했다. 우리 4대강 자전거길도 전 정부의 업적이라면 업적이 되듯 이 비틀의 탄생도 나찌의 업적이라면 업적이 되겠다. 그런데 비틀을 능가하는 경쟁자가 있었으니 바로 영국 차 미니(Mini)다. 1959년에 세상에 나온 미니는 작고 단순한 구조, 그러면서도 넉넉한 실내 공간, 저렴한 차량 가격과 운용 유지비용을 무기로 1960년대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마침 비틀즈(Beatles)를 필두로 더 후(The Who),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등 영국 대중문화가 미국 사회에 급속도로 침투하여 브리티쉬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이라는 사회현상으로까지 회자되던 때라 이에 편승하여 미니는 영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 미니가 얼마나 대단한 모델이었던지 전 세기가 저무는 1999년에 “20세기의 베스트 카”(Car of the Century) 10종을 뽑는 광범위한 설문이 있었던 모양인데 4위를 차지한 폭스바겐 비틀을 가볍게 따돌리고 미니는 당당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다. 참고로 1위의 영예는 1908년 세상에 처음 나온 포드의 모델 티(Ford Model T)였다고 한다.

 

하지만 60년대와 70년대 찬란한 영광을 뒤로한 채 미니는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이에 따른 제조사의 경영난으로 소유주가 바뀌는 혼란을 거듭하다가 신 세기가 열린 2000년에 독일 BMW에 매각되었다. 미니를 인수한 BMW는 기존 모델로는 시장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새 모델에 인지도는 여전한 미니라는 상표를 입혀 판매하게 되는데 이 신모델은 BMW 미니라고 따로 구별하여 부르고 있다. 요즘 서울에서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는 멋진 미니들은 다 이 BMW 미니인데 BMW 미니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Union Jack)의 도안이 덕지덕지 붙은 것을 간혹 보면 그간 미니의 사정을 좀 아는 내 기분은 참 묘하다. 영국 사람들 기분도 묘한지 BMW 미니가 아닌 올드 미니, 곧 오리지널 미니에 대한 사랑은 아직도 대단해서 제조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올드 미니들이 중고차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고 실제 영국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올드 미니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서 내 못 찍은 사진 속에 담긴 올드 미니가 몇 대 된다. 반면 주인이 바뀌고 속 알맹이도 바뀌었지만 그 이름 그대로 옛 미니의 분장을 하고 아직 영국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BMW 미니의 영국 내 판매는 썩 신통치가 못해서 올드 미니를 볼 때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 같기도 한 복잡한 영국 사람들의 속내를 조금은 엿본 듯 했다. 참고로 딱정벌레차 비틀도 그렇고 BMW 미니도 그러한데 모두 값싼 소형차로 출발했다가 지금은 돈 푼 꽤나 들이지 않고는 손에 넣기 어려운 값 비싼 차의 반열에 들어서고 말았으니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사진 속의 떡이나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 영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루즈베리  (0) 2021.07.06
보메리스  (0) 2021.06.30
영국 해바라기  (0) 2021.05.27
콘위  (0) 2021.05.25
그레이트 오르메  (0) 2021.04.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