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북부 란디드노와 그레이트 오르메

Great Orme and Llandudno, Wales, UK
JUL 2013 HWP


그레이트 오르메(Great Orme)는 바다를 향해 솟은 석회암 봉우리로 웨일스(Wales) 북부 해변 휴양도시 란디드노(Llandudno)에 위치한다. 글자만 보고 외국어 지명을 올바르게 발음하고 우리말로 표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특히 웨일스 고유어가 섞인 경우 우리말 표기가 더욱 어렵다. 여행 후 인터넷을 뒤져 봤더니 “Orme”를 오르미안으로 또 오르밋으로 하나의 글에서 갈팡질팡 우리말로 표기한 블로그가 있었고 대부분은 아예 알파벳으로만 표기해 놓았다. 구글 지도는 오르메라고 표기하여 나도 거기 따르기로 하나 그곳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듣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한글 표기인지 잘 모르겠다.

 

그 해 웨일스 북부지방 여행의 첫날 숙소가 호텔닷컴에 광고만 요란했지 와이파이조차 거의 터지지 않던 란디드노 해변의, 손으로 출입문을 여닫아야 하는 유물급 엘리베이터가 있던 싸구려 호텔이었다는 것을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에야 사진들을 정리하며 기억하게 되는데 크레이트 오르메는 사실 찾아가고자 해서 찾아간 곳이 아니라 란디드노의 그 허접 호텔에 여장을 풀고 베란다 밖을 내다 보니 창 밖으로 보이는 그레이트 오르메의 풍광이 가히 볼만 하여 어차피 차를 몰아 다니는 여행인데 볼 만한 풍경이라면 못 갈 이유 없겠다 싶어 찾아간 곳이었다. 돌이켜 보니 낭떠러지 아래 구불구불 이어진 외길 해안 도로를 따라 어찌 그곳 그레이트 오르메 정상까지 차를 몰아 찾아 갔을꼬 싶다. 차를 모는 동안 보이는 해안 절벽의 풍경도 참 아름다웠는데 초행길에 그것도 위험한 해안 도로를 후덜거리며 운전하는데 집중하느라 그 아름다움을 못 찍는 솜씨나마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크레이트 오르메 정상에 도착해 주차를 했더니 줄곧 내 차 꽁무니를 따라오던 뒤차의 젊은 친구가 “야, 뒤따라 가며 니 차 보니까 오일이 새는 것 같던데? 한번 확인해 봐.”라고 말을 붙여 웨일스 사람들의 인심이 따뜻했다. 무릎을 굽혀 차 밑바닥을 확인해보니 오일이 새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이라 다행이었다. 그레이트 오르메 정상에는 웨일스 사람들의 선한 인심만큼이나 아름다운 아이리쉬해(Irish Sea)의 일몰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이 못 찍은 사진 몇 장과 함께 내 기억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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