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021 HWP
식탐까지는 아니고 언제부터인가 이른바 먹는 즐거움을 중히 여기게 되었는데 체중계에 올라서면 그에 얽매이게 될까 제법 오래 전부터 체중계를 외면하고 살았다. 중년을 넘겨 갱년의 나이라 불러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를 먹고 참 간도 컸다. 그러다 지난 달 말, 아내가 체중계 건전지가 방전된 듯 하다며 이를 교체해주길 부탁하길래 교체한 김에 체중계에 올라섰더니 세상에, 이미 체중이 OOkg을 표시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체중이었을 뿐 더러 최근에 고관절에 심한 통증을 느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은가, 검색을 해보니 체중 5kg을 감량하면 관절 통증이 50% 경감된다는 말까지 있어 모진 결심을 하고 체중 감량에 돌입했다.
30대 후반에 3개월만에 13kg을 감량한 경험이 있어 방법을 알고 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 내가 30대 후반처럼 격하게 운동을 하여 감량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소위 그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도 없지 않은가? 결국 하루 한 끼 저녁만 먹기로 했는데 단, 그 저녁은 마음껏 거나하게 잘 먹기로 하였다. 이 방법으로 3주가 지났고 체중은 매주 1kg 정도 줄었다. 그래도 격한 운동일 수 밖에 없는 주말 자전거 타기 중에는 도저히 뭐든 먹지 않을 수 없어서 한강 변 편의점 매대를 유심히 들여다보다 열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라면 건면을 발견하고 그것 한 사발하는 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사발면 그것도 건면 한 올을 귀하게 여기며 아껴 먹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깨닫는다.
The Daydream
Waiting on the rainy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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