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14.

 

오뎅은 수산물 가공식품이 발달한 일본에서 들어온 음식인데 생선살을 발라 으깨어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려 기름에 튀겨낸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뽀얀 빛깔의 양질의 수산 가공식품을 어묵이라 칭하고 그보다 싼 가격으로 팔리는 것을 오뎅이라 칭하는 것이 일반적인 용례로 굳어진듯하다.

 

우리가 오뎅으로 알고 있는 이 음식은 값 비싼 생선이 여러 형태의 가공식품, 이를테면 횟감이나 고급 어묵, 캔, 살코기 팩 등으로 일차 가공되어 팔리고 남은 부산물 즉, 생선의 위나 내장, 뼈에 붙은 살점 따위를 으깨어 여러 첨가물을 넣고 반죽, 성형하여 기름에 튀겨낸 것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원양 어항으로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밀집한 부산에서 오뎅 제조가 번성했는데 부패하기 쉬운 가공 후 생선 부산물들을 현장에서 바로 처리하기 용이한 입지 조건이 큰 작용을 했을 것이고 이 때문에 지금도 부산오뎅을 최고로 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 일 것이다.

 

이른 새벽, 부산항에서 가까운 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배출된 생선 부산물들은 불결한 고무통에 담겨 부산 시내 곳곳에 산재한 오뎅 공장으로 배달되고 특히 시장 바닥의 영세한 오뎅 공장 겸 가게에 배달되는 것들은 그대로 가게 바닥에 내팽개쳐지듯 내려진다. 이것을 고무 앞치마 두르고, 고무장화를 신은 채 입에 담배 꼬나물고 등장한 시장 아저씨들이 삽으로 쓸어 담아 반죽한 다음 튀겨 내는 과정이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부산오뎅의 제조 과정이다. 게다가 이른 아침이기도 하여 이 아저씨들의 머리는 부스스 하고 더러는 오뎅을 만들기 위해 반죽하는 동안에 더러운 츄리닝 바지 안쪽에 손을 집어넣어 극적 극적 긁어대기도 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더란 말인가? 갓 튀겨진 오뎅이 시장 나무 좌판에 쫙 깔리고 오뎅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간 내 오감은 모조리 마비되어 버렸고 그때 한 입 덥석 베어 물었던 오뎅의 맛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시절 오뎅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은 오뎅을 먹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어린 시절 시장 거리에서 오뎅 만드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던 나는 여전히 오뎅을 좋아한다.

 

지금이야 너무 흔하고 싼 음식이 오뎅이라 마트에서 산 오뎅을 집에서 끓여 먹어 보기도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끓여먹는 오뎅은 내가 기억하는 진짜 부산 오뎅의 맛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맛으로 치자면 길거리에서 파는 오뎅이 내가 기억하는 진짜 오뎅의 맛에 가까운 것 같다. 이 길거리 오뎅이란 건 사실 미원 가루가 내는 맛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더러는 때가 앉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나오기도 하며 여러 사람의 입이 닿아 침인지 기름인 뭔가가 둥둥 떠다니는 간장에 찍어 먹을 수밖에 없는데도 이 길거리 오뎅이 더 맛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직 길거리 오뎅이라는 음식에만 허용되는 너그러운 위생관념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오늘도 퇴근길 버스정류장 앞 포장마차에서 굵은 오뎅 세 개를 사먹고 말았는데 버스 타고 귀가하는 동안에 짠 오뎅 국물 때문에 자꾸만 갈증이 나고 침 샘 위를 기분 나쁘게 자극하는 미원 맛 때문에 후회를 거듭했지만 내일 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버스 정류장 옆 포장마차의 오뎅은 대단한 유혹이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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