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뮤직비디오

노래 이희문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에서 감독과 주연 배우가 출연하여 영화를 소개하는 장면을 보고 영화 재미있겠다 싶어 한번 내려다 봐야지 했던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이번 주말에 내려다 봤다. 기대대로 영화 중 주연배우 강말금이 연기한 찬실이의 대사를 들으며 몇 번이나 빵빵 터졌다. 결혼도 않고 어쩌면 못하고 영화 제작 일에 몰두한 나이 마흔의 여성이 졸지간에 영화제작 프로듀서- 연출 빼고 특정 영화 제작을 총괄하는 일로 짐작된다 -라는 직업마저 잃고 전전긍긍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영화로 담았다. 어디서 검색하여 알기로는 이 영화 감독 김초희는 홍상수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련의 영화들에 프로듀서로 일했다고 하는데 홍상수가 배우 김민희와 소위 불륜 스캔들을 터트려 더 이상 국내에서 영화를 제작할 여건이 못 되자 자연스럽게 일 자리를 잃어버렸고 이런 자신의 경험을 모티브로 각본을 써서 이 영화 『찬실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찬실이가 모시던 감독은 술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가장 불륜을 잘 저지를 것 같은 사람?’ 따위의 실 없는 대화 도중 급사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던데 김초희가 그간 쌓아온 홍상수에 대한 구원을 이 한방으로 털어내었는가 객쩍은 의심이 들었다.

 

잘 만든 영화라는 게 재미있게 의미를 담은 영화가 아닐까, 되도 않은 혼자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찬실이…』가 분명 재미있는 영화는 맞지만 의미를 잘 담은 영화였나 선뜻 답 하지는 못하겠다. 그것은 영화가 그리는 찬실이의 처지, 사고, 행동이 나와는 전혀 접점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이제야 새삼 이 나이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그만큼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 보다는 찬실이를 연기한 배우 강말금- 말금이가 예명이고 본명이 수혜라고 한다. 영민한 여자이다. -의 연기를 보면서 역시 재야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고수들이 밤 늘 별처럼 가득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찬실이는 제목처럼 복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완성한 찬실이는 강말금 같은 최고의 주연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었고 돈도 없으면서 소위 국민배우라는 윤여정을 조연배우로 출연시킬 수 있었으며 가사도우미로 밥벌이를 이어줄 여배우와 친분을 쌓아왔고 영화판에서 끈도 다 떨어져 가사도우미로 전락한 선배의 이삿짐을 산 꼭대기 달동네 셋방으로 함께 옮겨주는 영화판 후배들을 두고 있으니 찬실이는 얼마나 복 많은 여자인가? 게다가 이희문이 부르는 주제곡까지 영화 말미에 얹었으니 찬실이는 참 복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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