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꼭 보고 싶던 영화 『화씨 9.11』을 십 수년이 지난 최근에야 봤다. 영화는 유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가 2004년에 만든 영화로 미국 9.11 테러사태의 배경과 그 이후 미국 국내에서 벌어졌던 9.11 테러와 관련된 사회 현상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침략 사태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짐작했는데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알 카에다에 의한 미국의 9.11 테러, 그리고 그 테러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내 짧은 필력으로 이 자리에 풀어놓을 재능이 없을 뿐 더러 설령 그런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요즘 먹고 살기에도 너무 고단해서 그 이야기를 이 자리에 옮겨 놓을 여유도 없다. 다만 이 멋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마이클 무어 감독을 위한 약소한 헌사로 영화 속 나레이션을 그대로 옮겨 놓는 정도의 감상평은 남겨 놓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 늦은 밤에 몇 자 감상문을 쓴다.

 

9.11 테러 사태가 일어난 가장 큰 책임을 면할 길이 없는 조지고 부시는,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알 카에다의 우두머리로 9.11 테러을 자행한 당사자 오사마 빈 라덴를 비호한 아프카니스탄을 침략한 다음 엉뚱하게도 9.11 테러와 상관없는 이라크에 대한 침략전쟁을 감행해서 무고한 이라크 민간인들 살해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그 과정에서 수 많은 미국 군인들을 목숨을 잃게 했다. 그런데 영화 『화씨 9.11』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전폭적으로 후원한 당시 미국 국회의원 594명 중 그 자녀를 군인으로 이라크 전쟁에 파병한 의원이 딱 1명뿐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등원하는 미국 국회의원을 붙잡고 명예로운 조국 미국의 대 이라크전행에 자녀들을 보내자는 캠패인을 벌이는 장면을 찍었다. 물론 호응하는 미국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 말미에 다음과 같이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 글을 인용한 나레이션을 남겼다.

 

(나레이터) 가만 보면 언제나 지지리도 못 사는 동네에서 열악한 학교에 다니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먼저 앞장 선다. 덕분에 우린 안나서도 되고 그들의 희생으로 우린 자유롭다. 그렇게 많은 것을 주면서도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자신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라는 것 뿐이다. 그걸 들어줄 수 있을까?...

(조지 부시) 화학무기를 사용했소.

(도날드 럼스펠드) 무기를 숨겨 놓았죠. 티그리트 근방, 동서남북 어디인가에...

(콘돌리자 라이스) 우린 9.11의 복수를 한 거죠...

(조지 부시) 우린 문명을 구하기 위하여 전쟁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승리할 것입니다.

(나레이터) 그리고 조지 오웰은 이렇게 썼다. 가상이든 현실이든 전쟁에 승리는 없다. 전쟁은 끝없이 이어질 뿐이다. 계급사회의 기반은 빈곤과 무관심, 전쟁의 명분은 달라도 목적은 언제나 같다. 그 목적이란 외국과 싸워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지배자가 피 지배자에 대해 계속 지배계급으로 남기 위해 사회의 빈곤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가 최소한 덜 나쁜 정치인, 덜 나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유, 2004년에 세상에 나온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 속에 담겨 있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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