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향적봉

Hyangjeokbong Peak, Deogyusan Mt., Korea

2015. 1.

 

새해 첫머리 지인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지자며 전북 무주 덕유산을 찾았다. 덕유산은 이미 스키 리조트로 개발되어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하므로 산행의 수고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가 덕유산을 찾은 이유이기도 했다. 게다가 눈이 쌓이는 겨울철 덕유산 눈꽃이 장관이라고 해서 이 참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아쉽게도 최근 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아 고사목에 붙은 눈꽃의 장관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덕유산 정상 향적봉에서 바라본 잔설을 머리에 인 산과 들, 이 땅의 겨울은 아름답기 그지없어 사진으로 담아왔다.

다만, 케이블카를 타고 덕유산 정상에 오르겠다는 얄팍한 산행에 대한 기대는 우리만 했던 것은 아니라서 케이블카 대기 시간이 무려 두 시간이 넘었고 특히 하행 길에는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동안 해발 1600m 산 정상에 몰아치는 찬바람 속에 거의 한 시간을 벌벌 떨며 서있어야 했다. 이렇게 추위에 떨며 케이블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명산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체들이 앞 다투어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통에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좋은 산이야 지자체 입장에서는 훌륭한 관광자원이겠고 이를 활용하여 지자체 수익을 올리겠다는 발상이야 당연한 것일 테지만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일차적인 자연 훼손은 물론 이후 사람들이 몰리게 되어 발생하는 부수적 자연파괴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라 환경보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 역시 그러려니 하다 지인 한 분이 노약자들도 높은 산 정상에 올라 이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또 역시 그러려니 했다.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 발생할 일정한 자연 훼손은 불가피하겠지만 공중에 매달린 케이블카가 그 자리 환경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지속적이겠느냐, 그리고 사람이 몰린다 하여 꼭 자연 파괴로 이어진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겠느냐, 문제는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는 그분 의견도 나름 일리가 있는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케이블카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서울에서 덕유산 정상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올 계획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겠다 싶었다.

개발에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는 것은 곧잘 기적으로 미화되는 우리 개발시대의 경험이 잘 반증한다. 그렇다고 개발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결국 서로 반대되는 사회적 의견과 의지들을 슬기롭고 조화롭게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정치의 역할일 것이다. 이 정치의 역할이 기능이 근년 들어 오히려 퇴보하여 심히 걱정스러우나 부디 케이블카 문제는 갈등을 최소화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이익이 골고루 돌아가는 합리적 해결이 있기를 기대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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