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대교
2009. 7.
서울의 한강 다리들 중 가장 멋진 다리는 방화대교라고 생각한다. 방화대교는 한강 하류 쪽 서울 서쪽 끝에 선 다리고 강변북로와 일산 그리고 인천공항고속도로라는 서울 외곽 주요 간선도로를 연결하는 다리라 서울 중심부에 있는 다리들 보다 상대적으로 통행량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쪽에 연고가 있거나 딱히 시간을 내어 찾아가지 않는다면 일상 생활 중에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다리일 것이라 가끔 자전거를 타고 그 다리 아래를 찾아갈 때마다 느끼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각별하다.
서울 중심부 다리들은 대개 한강시민공원을 끼고 있어서 사람들 발길이 잦을 뿐 아니라 특히 대형 주차장까지 끼고 있으면 휴일에 번잡하기 짝이 없는데 반해 방화대교 인근에는 주차장이 없어서 찾는 사람이래야 한강변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 낚시꾼들, 그리고 밤이 되면 마치 다리를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대포 같은 카메라를 호기롭게 어깨에 걸친 진사들 차지가 된다. 어찌 아름다운 다리라 하지 않겠는가?
위 사진은 오른 쪽 어깨에 무거운 삼각대 왼쪽 어깨에 보급형 DSLR을 비껴 걸쳐 매고 방화대교까지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려가 찍어온 사진이다. 언제가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구도에 그 언젠가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사진들보다 못 찍은 사진이다. 그래도 이 사진이 예쁘고 그 누구의 사진보다 부럽지 않은 이유는 그 사진이 찍힌 자리에 못난 내 자전거가 서 있었기 때문이고 못난 내 카메라가 있었기 때문이며 못난 내가 있었기 때문이며 그런 것들을 죄다 감싸 안아주는 밤과 아름다운 방화대교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뭇 사진의 선학들이 다녀간 그 자리에 또 내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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