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공원
2018. 5.
C-47 수송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미군의 수송기로 고장이 적고 쓰기가 편하여 무려 1만대나 제작된 걸작 수송기로 알려져 있다. 오죽했으면 그 별명이 스카이트레인(Skytrain)이겠으며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는 C-47 수송기를 두고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 승리로 이끈 4대 무기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C-47 수송기는 미국의 여러 우방국가들에 원조로 제공되거나 판매되기도 했는데 우리 국군도 제법 많은 수의 C-47 수송기를 운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마침 국회의사당 쪽 서여의도에 갈 일이 있어 오랜만에 여의도공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다가 거기 C-47 수송기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멀리서 그걸 보고 ‘뜬금없이 여의도에 왠 C-47?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여의도에 안보전시관 따위를 다시 들여 놓기로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까이 가서 안내문을 살펴보니 1945년 백범 김구를 비롯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타고 귀국한 비행기 기종이 C-47이었던데다 당시에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비행장이 여의도에 있어서 백범 김구와 임정의 요인들이 여의도비행장을 통하여 귀국하였기에 2015년 3.1절을 기념하는 전시물로 C-47 수송기를 전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과연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뜻으로 의미 있는 전시물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전시된 C-47 수송기를 들여다 보니 기수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또는 광복군을 뜻하는 마크가 붙어 있어서 당시 임시정부나 광복군이 미국이나 중국 국민당 정부로부터 C-47 수송기를 원조받아 독립적으로 이를 운영한 사실이 있던가 의아했다. 마침 이 글을 쓰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역시 임시정부 또는 광복군이 C-47 수송기를 운용했다는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C-47의 여의도 전시를 알리는 기사들 중에는 “김구 선생이 1945년 귀국 때 탔던 ‘C-47기’ 수송기 공개”라는 제목을 버젓이 달고 있는 기사도 적지 않아 읽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김구 선생이 귀국 때 탔던 수송기가 아니라, 그 수송기와 동일한 기종의 재현된 수송기’가 맞다. 의미 있는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것은 그 뜻을 후손들이 다시 한번 기리라는 취지에서 마땅히 올바른 일이며 장려되어야 할 일이나, 그 재현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에 둔 고증이 뒷받침 되어야만 더욱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남겨보는 잡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