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일제 시대나 해방 직후 서울의 모습을 그린 역사 기술문이나 창작물을 접하면 부민관이라는 건물명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옛 건축물에 대해 따로 관심을 둔 적이 없어서 부민관이라는 건물명을 듣거나 보면 그저 그런 건물이 있었겠거니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최근 김소연이라는 분이 쓴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를 읽고, 부민관이 어떤 건물인가 알게 되었다. 우선 그 이름부터, 부민관(府民館)은 경성부민회관(京城府民會館)을 편의 상 줄여 부른 것으로 일제 시대 우리 서울의 행정명이 경성부였던 것이고 그 경성부민을 위해 일제 조선총독부 경성부에서 주로 예술공연이나 회합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관립 극장 성격으로 1935년 건축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통용되는 우리말 표현으로 순화하자면 서울시민회관이 되겠다. 부민관은 일제시대, 해방 후, 6.25 전쟁 이후에도 계속 살아남아 1991년부터는 서울시의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부민관은 그 이름부터 우리로서는 꽤나 복잡한 함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일제 시대 건축물인데, 책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는 이밖에도 일제 시대 서울에 지어진 가옥이나 다방, 카페 등 상점, 우미관이니 단성사니 동아일보 사옥이니 하는, 들어 익숙한 건물들, 심지어 그 시대 공장 건물들까지 소개하면서 그 시대 우리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스토리를 이들 건축물들과 결부시켜 자연스럽게 일제 시대 우리 한국인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약력을 읽어보면 건축과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한 분으로 보이고, 굳이 미시 분류를 하자면 우리 근대건축물에 얽힌 역사 탐구를 전문 분야로 하시는 분 같은데, 전작으로 읽은 『경성의 건축가들』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바 글쓰기 내공도 상당한 분이라는 인상이다. 다만 단행본 한 권에 너무 많은 건물 그에 얽힌 사람과 사건을 담으려다 보니 읽는 나로서는 다소 난삽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어서 의욕과잉이시니 이런 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나 이 점이 이 좋은 책의 옥의 티라 할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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