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경숙이라는 분이 쓴 『플랑드르의 화가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YES24에서 읽을 만한 책 없나 검색하다 구매한 책인데 플랑드르 그리고 화가라는 조합이 내 시선을 끌었던 것이다. 주재원으로 살았던 영국 빼고 내가 가장 자주 가본 나라가 물론 대부분 경유지였을 따름이지만 네덜란드였고 또 곁다리로 거쳐간 벨기에였으며 책이 소개하고 있는 미술관들에서 책이 소개하고 있는 많은 미술 작품들을 직관했으니 책이 내 시선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반쯤 읽었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책은 레이덴과 렘브란트를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접혔다.
사실 나는 책이 소개하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도시들 그에 얽힌 화가와 미술작품들에 대해 어떤 품평을 덧붙일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책 내용으로 유추하자면 네덜란드어 능통자인 것으로 짐작되는 저자를 통해서 우리가 영어식으로 그조차도 못 되는 콩글리쉬 식으로 읽거나 표기한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지명 인명 같은 고유명사들이 원어로 어떻게 발음되고 한글로 표기되나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이 책이 상세히 소개하고 있고 나 역시 영국 생활 중 구경가봤던 “플란다스의 개”의 고향 그 성모성당이 자리잡고 있는 곳을 우리는 늘 앤트워프(Antwerp)로 부르고 표기해왔지만 사실 그곳은 안트베르펜으로 표기해야 올바른 것이 아닌가 새삼 생각했던 것이다. 외국어라는 것이 어린 시절 필승 참고서 표지 그림처럼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생래적 재능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개인적으로 믿을 뿐 아니라 역시 어디서 주워 들은 풍월에 불과하나 외국어라는 게 그 언어를 체화한다는 뜻이 아니라 언어를 포함하여 그 문화를 체화해야 완벽해지는 법이라고 한다. 바로 이 점에서 대개는 영문이었을, 우리말로 번역된 다른 책들을 통하여 기껏해야 영문 위키사전을 통하여 수박 겉 핥듯 알아온 이 책이 소개하는 플랑드르의 도시들 그곳 태생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현지에서 보고 읽고 듣고 말하며 생활하는 분을 통하여 접할 수 있는 귀한 기회이기 때문에 이 책이 다루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꼭 읽어볼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다만 저자의 이름을 달리 표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자분이 쓴 글이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을 만큼 행간에 소위 디테일이 너무 강렬해서 이 분 책을 또 구매해서 읽을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망설여진다. 호르몬이라는 것이 인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에스트로겐에 취해 어이쿠야, 어질어질할 정도로, 디테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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