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KBS, 이토 히로부미와 그의 글씨
지금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옛 한국은행 본관 건물은 1905년 을사조약 또는 을사늑약이라고도 하는 제국주의 일본의 불법 침략으로 우리나라의 국권이 사실상 일본에게 넘어간 1908년 일본인 건축가 다츠노 긴고(辰野金吾)의 설계로 건축이 시작되어 1912년에 완공된 건물이다.
한편 서양식 건물이 세워질 때 그 건물의 기초가 되는 초석을 놓는 날이라는 의미로 정초식(the laying of the cornerstone)이라는 행사를 행하며 이때 상징적인 초석으로 기공 연월일과 건물을 세우는 취지 등을 새긴 정초석(cornerstone)을 놓게 되는데 옛 한국은행 본관 건물의 정초석에 새겨진 “정초”(定礎)라는 글씨가, 1909년 제국주의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의 원흉으로, 그의 악행을 응징한 우리 안중근 의사의 총에 맞아 죽은 이등박문(伊藤博文), 곧 이토 히로부미라는 자의 글씨로 문화재청의 고증을 거쳐 확인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오늘 아침에 보게 되었다. 이 기사 아래 ‘좋아요’가 가장 많은 댓글 1위는 “진작 바꿨어야지 장난하냐?”이고 2위는 “한은행임원들이 이토부미 후손이구만...갈아서 현해탄에 뿌려라..ㅡ일본이보게..”였다.
이 옛 한국은행 본관 건물은 사적 제280호 문화재로서 문화재청은 정초석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라는 자의 글씨임이 고증되었다는 결과를 한국은행과 유관 서울시, 중구청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하며, 이후 한국은행이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글을 삭제하는 등 정초석의 형상을 변경하려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한다. 아마 위 기사의 댓글과 같이 갖은 욕설을 동반한 이른바 네티즌 또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관련 기사와 소위 누리집에 들 끓을 것이고 문화재위원회는 이들 성화에 못 이겨 이 글씨를 갈아 엎어버릴지 모를 일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무슨 위원회의 결정이라는 것이 나 같은 민초들이 보기에는 세월아, 네월아 걸리는 일이라 그 사이 위 보도와 관련되어 들끓던 소위 여론이 싹 사그라 들어 유야무야 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개인적으로는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는 하다. 소위 그 여론이라는 것이, 1주일 짜리 오락가락 조사결과로 정치권과 정부 정책이 더불어 오락가락 하는 것이 작금이 세태 아닌가.
이 부끄러운, 우리 문화재에 새겨진 국권 침탈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를 싹 밀어버려야 할 것인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으나 옛 현인이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거기 내 숟가락을 얹자면 ‘부끄러운 역사는 부끄럽게 반복된다’라고 읊고 싶다. 부끄러운 역사를 싹 밀어버리면 그 순간을 목격한 사람들은 당장 시원하겠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그 세대가 지나면 우리 역사에 부끄러운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잊혀지고 그러니 부끄러운 역사가 어찌 반복되지 않겠는가? 해방 후 무려 75년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 “토착왜구”들이 이 땅에 발호하여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이유가 거기 있지 않을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는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그 옆에 안중근 의사의 글씨 “大韓國人”과 그 분의 손가락 잘린 손도장 입석을 세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