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특히 영어 구사능력이 업무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직장을 다니다 보니 직원들의 영어 실력은 사내에서 늘 관심과 화제의 대상이다. 그래서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직원, 영어능력 평가시험에서 만점을 얻은 직원이 주변에 적지 않고 동료들에게는 그 자체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이 영어 잘하는 직원들과 같이 일 하며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대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하게 되고 그런 생각을 할수록 영어를 잘한다는 것 그 자체가 꼭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의문을 품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 주변에 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다 치자. 우리는 그를 두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지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라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모국어를 쓰는 사람에게 영어 잘한다고 하면 그것도 생뚱맞은 일이 될 것 아닌가? 요컨대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우리 말을 잘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된다는 것이다. 즉 모국어는 물론 영어도 잘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주변 직원들을 보면 영어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만 잘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니 이걸 두고 영어를 잘한다 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스럽다. 더구나 언어 능력은 잘 듣고 잘 말하는 능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잘 읽고 잘 쓰는 능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영어만 잘하는 직원으로 알려진 사람의 영어 읽기 쓰기 능력이 실망스러울 때면 대체 이 사람의 영어 실력을 어느 범주에 두어야 할 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회사가, 직장이 사교클럽이 아닌 다음에야 소위 프리토킹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프리토킹을 화려하게 지껄여대는 직원이 업무의 기초가 되는 간단한 기안문 조차 말끔하게 써내지 못하는 황당한, 솔직히 짜증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대체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직원에 대한 평가는 영어 실력이 아니라 그 잘하는 영어로 업무에,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느냐 것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영어가 중요한 직장에 다니는 영어 딸리는 직원의 넋두리는 여기서 접겠지만 영어 구사능력은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도 덧붙여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