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 한 학급에 아동이 최소 70명, 한 학년에 13반까지 있었던 것으로도 기억한다. 핸드폰을 꺼내 70 곱하기 13 곱하기 6을 계산해보니 그 국민학교 전교생은 5,460명이었을 것이다. 전교생 5,460명이었던 그 국민학교는 매년 학예발표회를 했다. 아무리 강당까지 있었던 국민학교였을지라도 전교생 5,460명을 앉혀 학예발표회를 열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라 아마 학년별 학예발표회를 열었을 것이다. 국민학교 6년 내내 무대에 서 본적이 없고 언제나 한 학년 1,000명에 가까운 아이들 중 청중 1이었던 나는 그 학예발표회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던지 기억나지 않지만 한가지만은 기억한다. 그 무대에 올라 마치 눈을 찌를 듯 빛나는 하얀색 칼라를 덧댄 교복–그때는 국민학생도 교복을 입었다–을 입고 그래서 내 교복에 얹힌 누런 칼라가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져 거기에 주눅이 들고 말았던 여자 아이 하나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장면이다.

그로부터 40여 년 세월을 건너 뛰어 오늘 유튜브에서 내 국민학교 시절의 기억을 갑작스럽게 소환하는 아름다운 영상 하나를 보게 되어서 그 감회를 잡문 몇 자로 남기는 것인데 영상을 통해 연주자와 그 연주를 들으며 얼핏 철 지난 천박한 유행어이기는 하나 ‘엄마가 누구시니?’라는 유행어를 떠올렸고 다른 한편으로 아련한, 그리운, 부끄러운 등등 내 짧은 어휘력으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으로 국민학교 시절 학예발표회에서 보았던 한 장면을 떠올렸던 것이다. 연주자의 연주는 물론 이 시대 놀라운 영상과 음향 편집 기술의 덕이기도 하겠으나 지금껏 내가 들어본 어느 파가니니(Paganini)의 칸타빌레(Cantabile)보다 훌륭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는 시대에 아주 묘한 감정으로 연주 음향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몇 번 반복하여 유튜브 영상을 봤다. 국민학교 다닐 때 그토록 제대로 배우고 표현하고 싶었던 그러나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그림 그리기에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오늘은 음악을 악기 연주를 제대로 배워볼까 객쩍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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