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Francisco

MonaLisa Twins

(Scott McKenzie Cover)

며칠 전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봤다. 요즘 노래방은 영상 기능까지 충실해서 이를테면 어느 가수의 노래를 선곡하면 꼭 원곡 가수가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아니더라도 원곡 가수의 영상이 함께 흘러 나온다. 그런데 나처럼 옛날 노래를 그것도 남들이 잘 기억해주지 않는 노래를 선곡하면 노래에 맞는 영상이 저장되어 있을 턱이 없고 이럴 경우에 뜬금없이 런던 버킹엄 궁전을 지키는 영국군 의장대 사열 행렬 장면 같은 것들이 나오고는 한다.

며칠 전 그날도 제목도 잘 기억 나지 않는 노래를 억지춘양 격으로 선곡 했더니 노래방 스크린에는 화창한 날씨에 가파른 언덕 길을 오르내리는 고풍스러운 전차가 화면을 가득 매웠다. 그곳은 샌프란시스코였다. 나는 샌프란시스코는 고사하고 주한미국대사관의 그림자조차 밟은 일이 없다. 게다가 이런 저런 기회로 외국을 자주 다녀왔고 영국에서 몇 년간 산 적도 있지만 미국에 갈 일도 없었고 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코로 부르는지 입으로 부르는지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면서 뜬금없이 화면에 떠오른 샌프란시스코 풍경을 보면서 다른 데는 몰라도 샌프란시스코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 미국 평화운동의 상징적인 도시였고 히피들의 고향이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오늘날 동성애자의들의 고향 같은 곳이 되었다 한다. 동성애자들처럼 조금 다른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의미는 그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덜 받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의 기후 덕택에 년 중 온화한 기온을 유지할 그 곳 샌프란시스코는 나 같은 이방인도 차별 없이 캘리포니아의 햇살과 포근히 불어오는 바람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을 곳이라는 터무니 없는 생각에 빠져 늦은 시간 노래방까지 이어진 회식 자리를 파하고 귀가면서도 노래처럼 '머리에 꽃을 꽂고' 샌프란시스코에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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