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행위를 샷(shoot)이라 한다. 온 국민이 저마다 카메라를 손에 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샷이라는 말은 아주 흔해서 인증샷이니 스냅샷이니 하며 일상적으로 쓰인다. 마구잡이로 생각 없이 사진을 찍어댄다 하여 막샷이라는 말도 있다. 샷(shoot)이라는 말은 운동 특히 골프에서도 많이 쓰여 티샷이니 어프로치샷이니 한다. 내 경우 일상 생활에서 외국어 낱말 사용을 피하려 하지만 사진을 이야기 할 때나 골프를 이야기할 때면 샷, 샷 하지 않을 수 없다. 참 술자리의 완샷인지 혹은 원샷인지 하는 말도 있다. 샷이라는 말의 원칙적 용례는 총을 쏘는, 사격 하는 행동에서 쓰인다. 그래서 사진 찍는 샷과 총을 쏘는 샷은 그 원리가 많이 닮았다.

 

우선 표적 혹은 피사체를 포착하는 단계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 닮았다. 또 총을 쥐는 방법이나 목표를 조준하는 각도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같은 지점의 표적을 노리고 사격을 한다 하더라도 총알이 맞는 지점, 곧 탄착군이 다르게 형성되는데 이러한 편차를 보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사격에 앞서 영점사격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비슷한 원리로 카메라의 뷰 파인더(view finder)에는 디옵터(diopter)라는 장치가 달려있어서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시도(視度)를 보정한다. 이렇게 영점사격을 마치고 또 디옵터의 조정을 마치면 실제 표적에 대고 사격을 하거나 목표로 하는 피사체에 렌즈를 대고 사진을 찍게 되겠는데 군대의 교범이 가르치는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과 사진의 교과서가 가르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방법이 똑같다. 방아쇠를 당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과 격발 순간이다.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조준하고 숨을 멈춘 채 방아쇠를 당겨 격발하는데 이때 천천히 가볍게 방아쇠를 당겨야 흔들림 없이 표적에 명중 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 총을 쥐는 방법인데 부드럽게 총을 움켜쥔 채 두 손을 총의 받침대로 생각하듯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사격을 해야 한다. 사격하는 장소, 곧 사대에 올라가면 누구나 긴장을 하게 되는데 이때 마음이 조급해져서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격발해버리면 절대 표적을 맞힐 수 없다. 차분한 마음으로 격발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격발 시 눈 감으면 안 된다. 총 대신에 카메라를, 방아쇠 대신에 셔터를 대입하면 사진의 교범이 가르치는 사진을 찍는 방법 그대로이고 달리 부언할 필요조차 못 느끼겠다.

 

하지만 사진 찍는 행동은 무언가 방출한다는 의미를 가진 샷(shoot)과는 전혀 다른, 본질적으로 노출된 빛을 담는 피동적인 행위이다. 무엇을 찍는다는 표현조차 적절하지 않다. 사격은 타겟에 물리적 타격을 가하려는 목적을 가진 행동이며 심지어 생명까지 빼앗는 목적을 가진 행동이다. 그러나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인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행동이다. 둘은 정말 비슷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같이 이해할 행동이 아닌 것이다. 사진을 찍어서 꽃이 떨어진 것이 아니듯 사진을 찍어서 떨어진 꽃자리 위에 새 꽃이 새 생명이 움트는 것도 아니다. 어느 사진작가가 낸 책을 읽다가 이 분이 사진을 찍는 행동을 ‘셔터를 끊는다’고 표현한 것을 보고 색다른 느낌이 들어 남기는 잡문인데 사진은, 카메라는 스스로를 ‘끊어’ 그 장면을 목격할 뿐이고 그것을 필름에 촬상소자에 혹은 인화지에 그리고 마음에 담을 뿐이다. ‘셔터를 끊는 순간’ 숨소리 조차 내지(shoot)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사진이 조잡한 이유가 셔터를 끊는 그 순간 숨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거나.

 

사진을 찍어서 꽃이 떨어진 것이 아니듯, 사진을 찍어서 떨어진 꽃자리 위에 새 꽃이, 새 생명이 움트는 것도 아니다. 사진은, 스스로를 ‘끊어’ 그 장면을 목격할 뿐이고, 그것을 필름에, 촬상소자에, 혹은 인화지에, 그리고 내 마음에 담을 뿐이다.

- 옮긴 글인데 어느 분의 것인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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