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만 쌓이네」는 너무 좋은 노래라서 1979년에 여진이라는 가수가 처음 발표한 이후 여러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 많이 알려진 곡이 노영심이 부른 것인데 아무래도 나는 노영심이 부르는 「그리움만 쌓이네」 보다는 여진이 부르는 원곡이 훨씬 좋다. 이 노래는 애절한 가사를 가졌는데 애절함이 도가 넘치면 칙칙함이 된다는 것이 평소 내 생각이고 노영심의 노래가 이를 증명하는 듯 하다. 반면 여진의 원곡은 담담하게 그리움을, 애절함을 호소하는 듯 해서 이를 훨씬 좋아하는 것이다.
내친 김에 이 노래에 얽힌 나의 옛 이야기 하나 풀어 놓을까 한다.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은 예술 하시는 분이라 그랬던지 무척 특이한 나이든 남자 선생님이었다. 한 여름 무더위에도 검은색 정장을 꼭 차려 입고 다니셨을 뿐 아니라 “찌 가르마”로 대표되는 외모로부터 포스가 보통이 아닌 분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특이함의 압권은 발음이나 억양은 경남 지역의 토종 바로 그것이었는데 반해 서울 말 곧 표준어를 구사하려고 참 무던히 애를 쓰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분의 기이한 우리들이 듣기에는 심하게 닭살이 돋는 말씨를 가지고 서로 흉내를 내며 키득거리고는 했다. 확실히 그 분의 말씨는 어색하고 듣기 거북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학생들에게 표준어 표현을 강조하는 행동은 물론 비난 받을 일은 아니었다. 다만 의욕과잉은 더러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불러오는 법이다. 어떤 노래였던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날 음악 수업 중에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로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반주를 딱 멈추었고 이어 우리들의 합창도 멈추었다. 우리들이 부르던 노래 가사 중에 너를 뜻하는 ‘네’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것이 우리들의 음악 선생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다. 이어진 말씀인 즉슨 ‘이 쌔에끼들이 갱상도 보리 문디들이라 “네”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멀쩡한 음악 수업시간에 우리들은 선생님의 “네”라는 선창소리에 따라 여러 차례 “네”를 반복하며 ‘네’의 표준어 발음 익히기 바빴다. 그런데 이 선생님의 선창 발음은 아무리 들어도 '네'가 아니라 '니에'로 들려 따라 하는 까까머리 중학생인 우리들조차 슬금슬금 웃음을 흘리며 '니에 니에'하며 키득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아침 아침 출근길에 이어폰에서 듣던 노래 「그리움만 쌓이네」의 '네가 보고 파서 나는 어쩌나' 하는 가사를 듣던 도중 노래가 자꾸 '니에가 보고 파서'로 들려 오랜 옛 일을 생각해내고는 혼자 잠시 웃었다. 출근 후 사무실에 앉아 가수 여진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보니 오팔 년 개띠로 1979년 처음 가수 활동을 시작할 때 「그리움만 쌓이네」 로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음에도 당시 학교라는 직업 때문에 가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를 읽으니 먼 옛날 우리들의 음악 선생님처럼 본명이 남궁은영인 여진 이 분 역시 멋진 음악 선생님이셨던 것 같아 생각난 김에 점심 식사 후의 식곤증을 달래며 이상 몇 자 남겨 본 잡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