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욕설을 입에 담을 일 거의 없지만 운전 중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거친 욕설이 튀어 나오는 일이 잦다. 오늘도 운전 중 몇 번이나 ‘씨발’ 소리를 입에 담았던 것 같다. 그때 마침 라디오에서 오랜 옛 가요 한 곡이 울려 퍼지는데 가수 최병걸의 「난 정말 몰랐었네」라는 노래였다.
「난 정말 몰랐었네」는 어린 시절 나의 '십팔번'이었다. 그리고 커서도 노래방에서 선곡을 할 때면 더러 되찾고 싶던 곡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대중가요 전곡을 커버하는 노래방 반주기를 아무리 뒤져도 내 "순결한 어린 영혼"까지 사로잡았던 불후의 명곡 「난 정말 몰랐었네」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씨발'을 중얼거리며 운전하는 동안에 그 까닭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내가 "진정 난 몰랐었네"로 알고 있던 노래 제목이 사실 「난 정말 몰랐었네」였더라는 것을 라디오 진행자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ㄴ"으로 시작되는 제목으로 찾아야 할 것을 줄창 "ㅈ"만 훑고 있었으니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던 것이다.
얌체처럼 끼여 든 앞 차마저 정겹게 느껴지도록 「난 정말 몰랐었네」가 흐르는 퇴근 길에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사람 사는 일이 욕설을 내뱉다가, 금방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다가, 산다는 것이 다 이렇게 돌고 도려니 싶어 잠시 너털웃음까지 나왔다. 다시 찾은 십팔번의 제목이 「난 정말 몰랐었네」였던지 씨발, 진정 난 몰랐었다.
'십팔번'은 일본 사람들이 즐기는 전통 악극인 가부키( かぶき, 歌舞)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부키는 무척 종류가 많고 지루하기 때문에 그 중 엄선되어 공연되는 열여덟 가지 작품을 의미하며, 오하꼬(おはこ, 十八番)라 하여 같은 어의로 일본 사람들이 지금도 자주 쓰는 말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