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le Bar, Jonathan Stewardson
노래는 일상 중 기쁨을 함께 하고 슬픔을 위로하며 가끔 노래는 아스라한 옛 기억 속의 어떤 날로 나를 데려다 놓기도 한다. 어제 깊은 밤에 우연히 컴퓨터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옛 노래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을까? 「기억날 그 날이 와도」라는 노래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오래 잊고 지냈던 이제는 열어 보지도 않는 서랍 밑 칸 저 안쪽에 빛바랜 색으로 남은 옛 사진 같은 날들을 생각했다.
그러게 노래처럼 이십 년 흐른 뒤에 기억난 그날들은 확실히 그 사랑은 아닌 듯 하고 이제는 다른 삶인 듯하다. 하지만 다른 사랑 다른 삶이 되어도 추억 할 수는 있는 것이고 추억이 있는 한 그 사랑이 그 삶이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세월 저 건너편에서 노래를 부르던 사람은 나를 사랑하던 사람이 떠나간 것이라며 노래를 만들고 불렀겠지만 실은 나를 사랑하던 사람이 떠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던 사람이 있던 그 세월이 떠나 간 것이라는 것을 그는 이제 알고 있을까?
홍성민
기억날 그날이 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