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어른들이 연탄을 두고 구공탄이라고 하는 것이 의아했다. 아무리 세 봐도 연탄 구멍은 스물 두 개인데 어른들은 연탄을 흔히 구공탄이라 불렀던 것이다. 최근 뜬금없이 언뜻 이 기억이 떠올라 이제야 말로 정답을 얻을 때다 싶어 여기 저기 검색해봤더니 몇 가지의 '썰'이 왕래하고 있고 저마다 그럴 듯 한 연유를 이유를 대고 있어서 결국 정답이 없는 의문이었음을 확인하고 말았다. 다만, 국어 사전의 해석은 다음과 같았다. 구공―탄(九孔炭)[명사] 1. 구멍이 여럿 뚫린 원기둥 모양의 연탄을 두루 이르는 말. 구멍탄. 2.<십구공탄(十九孔炭)>의 준말. 이에 덧붙여 전하는 야사에 따르면 초창기 연탄은 구멍이 열 아홉 개 뚫린 십구공탄이 일반적이었으며 이것이 어의상, 그리고 발음의 편의상 '십구멍탄'이라고도 불렸는데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에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십구공탄을 줄여 그냥 구공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나라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면 단연 김수정 원작의 “아기공룡 둘리”를 꼽겠다. 아이디어와 기획이 기발했고 포복절도할 대사는 가끔 철학적이라는 느낌조차 든다. 그러므로 “둘리”는 아동용인 동시에 성인용도 될 수 있는 명작으로 남은 것이다. 다만 만화가 애니메이션화 되는 과정에서 자본과 기술력 부족으로 애니메이션으로는 그리 높은 완성도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 즉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애니메이션 “둘리”에 삽입된 노래들은 여전히 요즘 아이들의 애창곡으로 남았는데 특히 둘리네 옆 집에 사는 뮤지션 마이콜의 등장으로 “둘리”의 음악은 더욱 풍성해졌으니 마이콜이 기타 연주와 보컬을 담당하고 둘리와 도우너가 '빽 보칼'을 담당하는 자칭 세계적인 명 트리오 '핵폭탄과 유도탄'들이 부르는 노래 “라면과 구공탄”은 그 중 백미라 할만 하다. 초저녁에 뜻하지 않게 피자 몇 조각을 얻어 먹게 되어 저녁 생각을 영 놓고 말았는데 양치를 하고서도 니길니길한 피자맛의 잔감이 입 주변에 맴돌아 영 불편하더니 자정 무렵에 이르자 허기까지 겹쳐 도무지 견디기가 힘들었다. 물 한 잔으로 속을 달래려는데 자꾸 귓가에 “라면과 구공탄”의 '후르르 짭짭, 후르르 짭짭' 소리가 맴돌아서 참 난감했다. 그래서 잠들기 전 라면 한 그릇이 미용에, 체중에, 그래서 결국은 건강에 얼마나 나쁜 것인지 자기암시처럼 반복하며 미치도록 나를 유혹하는 라면의 유혹을 떨쳐내려 얼마나 모진 애를 썼던지. 먹을 때 너무도 맛나고, 먹고 나서 너무도 후회스러운 음식이 '심야의 라면'말고 이 세상에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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