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8.
그랙킨밴드(Greng Kihn Band)의 「제펄디」(Jeopardy)를 들을 때마다 ‘거참 야한 느낌이 드는 노래구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가사를 아무리 새겨 들어도 가사는 야한 것과 상관 없는 철 지난 사랑 타령일 뿐이지만 나는 이 노래가 야하게 들리고 그래서 좋다.
오늘 오후 스피커를 자전거 핸들 위에 얹은 채 자전거를 타고 달렸는데 이 노래가 흘러 나와 하체에 부쩍 힘이 들어가 버렸다. 한강으로 나가는 길 안양천변에 흐벅지게 꽃이 핀 꽃밭을 발견하고서는 돌아 가는 길에 사진 몇 장 박아 두자고 생각했다. 돌아갈 무렵이면 저녁 시간에 가까울 것이고 저녁 햇살을 등지고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제법 잘 나온다.
한강 쪽으로 나갈 때 나를 괴롭히던 바람은 돌아가는 길에는 내 자전거와 나의 등을 떠밀어 예상보다 일찍 흐벅진 꽃밭에 도착했다. 꽃들이 만발했으니 앞으로 한 방 박고 뒤로도 한 방 박고 옆으로도 한 방 박고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차례차례 체위를 바뀌어 가며 사진을 박아 보았다. 식물이 꽃을 피웠다는 의미는 식물이 발정을 했다는 것이다.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라는 화가의 그림을 나는 좋아하는데 그녀가 꽃술 따위를 재해석해서 아주 야하게 그려내어 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찬찬히 골라보며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을 생각하다가 대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유를 생각해보니 자전거를 타면서 야한 노래, 「제펄디」(Jeopardy)를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봄이 무르익어 터진다. 발정난 꽃들이 참 흐벅지게도 피었다. 2009
Greg Kihn Band
Jeopar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