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해금강

2015. 1.

Haegeumgang rocky island, Geojedo Island

 

여행지에서 행복하다 느끼게 되는 때는 여기 살면 좋겠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이루기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그곳에 살 수 있으리라는 꿈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여행지, 거제도 남쪽 해변이 그런 곳이었다.

빼어난 풍광 때문에 오래 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지만 해변 풍경이 거기가 거기겠거니 하며 그간 찾아볼 생각을 않다가 지인의 강력한 추천이 있어 시간을 쪼개 찾아간 거제도 남쪽 해안에서 그런 행복을 맛봤다. 높은 산을 등지고 남쪽으로 열린 바다 사이 언덕에서 맞는 거제도의 겨울 바다 바람은 거세게 불었으나 따스했고 바다 물빛은 짙으나 시리도록 맑았다. 그 따스한 바람을 품고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동백나무 자생한계점은 전라북도 고창의 선운사로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한참 남쪽인 거제도임에랴.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루며 이 엄동 겨울에 풍성한 잎을 달고 흐드러지게 꽃까지 피우며 자란다는 것을 거제 해금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우제봉에 올라 알았다. 장승포에서 거제 해금강을 잊는 14번 국도는 오래 잊지 못할 베스트 드라이빙 로드였다. 그 길가에 고층 콘도와 뜬금없는 이국풍 펜션과 노래방과 횟집만 없었다면, 대신에 동백나무 숲길로 난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맑은 바닷물에 씻기고 햇발을 받아 반짝이는 몽돌해변까지 이어져 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 고층 콘도에서 편안하게 하룻밤을 묶은 내 처지로 과한 기대를 한 것일까?

우제봉 꼭대기에는 군대의 해안 초소가 있고 근처 해금강 유람선 매표소 옆에는 과거 부부간첩이 침투한 자리라는 표지가 서있다. 해금강과 외도(外島)를 도는 유람선 위에서 우제봉을 바라보며 다음 거제도를 찾을 때는 보온병에 따뜻하게 데운 청주를 한 가득 채워와야지 했다. 한 겨울철에 거제도에는 따스한 바람이 불고 섬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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