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가끔 참치회를 먹고 싶다. 참치회는 귀하기 때문에 비싸고, 비싸기 때문에 자주 먹지 못하며 그래서 한번씩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다. 회사 근처 참치회 전문점이 있는데 그집 참치회 코스 메뉴 가격이 코스별로 일인당 5만원, 7만원, 10만원 씩이나 해서 주머니 사정이 뻔한 직장인이 제 돈 내고 쉽게 찾아 갈 수 없는 곳일 뿐더러 요즘처럼 시절이 수상하고 세월이 엄중한 때에는 눈먼 돈조차 씨가 말라 감히 혓바닥에 기름기 좔좔 흐르는 참치 대뱃살 회를 올려놓고 그 맛을 음미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정 그 맛이 아쉬울 때면 대형마트 신선 식품코너에 가서 팩으로 판매하는 참치회를 산다. 2만원 하는 참치회 한 팩은 그 양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품질이 괜찮은 참치회를 맛볼 만큼은 된다.

 

한편 밤거리에서 "마음껏 드시고 2만 5천원"이라는, "무한리필" 참치횟집이 참치회 애호가들을 유혹하는 장면을 본다. 마음껏 드시고 2만 5천원에 무한리필 참치횟집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으니 제일 싼 코스 5만원 하는 참치회 전문점은 말도 안 되는 폭리를 취하고 있을뿐더러 이 공정한 자유경쟁시장에서 그런 폭리를 취하는 음식점은 벌써 퇴출되어야 마땅한 것 아닌가? 게다가 옹색한 비닐팩에 참치회 몇 점 올려놓고 2만원을 받는 대형마트 역시 말도 안 되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 그게 맞다면 이는 분명 소비자보호원이 나서 진상을 규명하고 해당 업주는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세상 모든 재화나 용역에는 원가라는 것이 있다. 늦은 밤 거리에서 나를 유혹하는 마음껏 드시고 2만 5천원, 무한리필 참치횟집 간판을 보면서 나는 그 집 음식의 원가가 궁금해진다. 만약 무한리필 참치횟집의 원가가 폭리 참치 전문점의 원가, 대형마트의 원가와 같다면 무한리필 참치횟집은 흙을 퍼다 참치회로 바꾸는 신통방통한 마술이 있는 것도 아닐테니 이 땅의 참치회 애호가들을 위해 밑지고 장사하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 그 가상한 소비자 애호정신, 자선정신을 기려 모두 나라에서 큰 상을 안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일전에 사내 맛집 동호회 회원인 동료 직원이 "싸게" 참치회 잘하는 집을 발견 동호회 회원들에게 소개해서 회원들이 단체로 그 집을 다녀왔다가 다음날 단체 설사를 하는 바람에 하루 종일 회사 화장실이 북새통을 이루었음은 물론 "싸게 잘하는 맛집"에 일가견이 있던 그 직원은 그 직원대로 회원들의 눈총에 동호회에 발길을 끊고 말았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나는 여전히 무한리필 참치횟집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나저나 참치가 더러 제주 바다에서 잡힌다는 말은 들은 것 같은데 독도와 참치의 연관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 불가의 영역이다. 그저 그깟 참치횟집에 독도라는 상호를 달고 간판에 태극기까지 휘날려야 하는 이 시대가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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