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모래내갈비 백반
APR 2020 HUP
내가 제일 처음 서울 땅을 밟은 자리는 무궁화호 열차 타고 도착한 영등포역과 그 주변 영등포시장 일대였다. 30년도 더 된 일이다. 그 30년도 더 된 세월 동안 서울의 많은 곳들이 몰라보게 변했는데, 별 변화가 없다고 느끼지는 동네 역시 영등포역 주변이다. 영등포역 주변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나 행정구역으로는 엄연히 영등포구에 속하고 서울교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는 여의도에서 오랜 직장 생활을 했을 뿐 더러 인접한 양천구에 거소를 두고 살아왔던 까닭인지 영등포라는 지명을 듣거나 읽으면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라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오랜 세월 영등포역 주변 일대를 보며 살아왔는데 요즘처럼 영등포역 주변 일대가 한산한 것은 정말 처음이다. 코로나 탓인데 이른바 IMF 때조차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영등포역 가까운 곳에 가끔 들리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밥집, 곧 백반집이 한군데 있다.
어제 저녁, 그 영등포 백반집에서 요즘 재미진 일 통 없는 아재 셋이 모여 이번 총선 판세 토론을 위해 소주 한 잔 번개를 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 백반집을 찾은 것은 10년만인 것으로 기억하며 그럼에도 그 집이 거기 그대로 업력을 이어가고 있으리라는 점, 딱히 별미라 할 것도 없는 백반을 그대로 팔고 있으리라는 점에 대해 한 점 의심도 없었다. 그 믿음대로 그리고 우리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밥을 먹는 것처럼 한 상 6,000원 하는 백반을 내며 그 집은 ‘처음처럼’ 그대로 였다. 제육, 꽁치조림, 깻잎, 시금치나물, 숙주나물, 멸치 무침도 그대로였고 멀건 된장국과 흰 쌀밥도 그대로였다. 나도 그렇고 재미없게 사는 아재들도 그렇고, 법카도 없어 지고 수입도 줄어들어 술집을 찾을 때 점점 가성비를 따지게 되리라. 언제 다시 이 백반집을 다시 찾게 될까? 그것이 10년 뒤라 할지라도 이 모습 이대로 별미라 할 것도 없는 백반을 내며 백반집은 열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