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016 HWP
맛 이야기 시작한 김에 잡문 몇 자 더 남긴다. 가끔 밥 때를 놓쳤을 때 찾는 집 근처 ○○시장 순대국밥집이 있다. 순대국밥을 그리 즐기지는 않아서 시장 골목 안 그 집 간판을 보았을 때 들어가나 마나 망설였는데 주변을 둘러 봐도 요기할 밥집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먹자'는 심정으로 그 집을 찾게 되었다. 가게 벽에 붙은 차림표를 보니 이 집, 순대국밥집이 맞아? 싶을 정도로 메뉴가 다양했다. 메뉴 다양한 집 먹을 것 없더라는 것이 평소 내 경험인데, 당혹스러웠다. 그나마 실패할 확률이 가장 낮은 메뉴가 무엇을까 눈대중으로 가늠하다가 시킨 것이 전국 공통 메뉴, 김치찌개백반이었다. 그런데 주문 후에 나온 김치찌개가 대단했다. 뚝배기가 끊어 넘치도록 양이 푸짐함은 물론이려니와 뚝배기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니 허연 비곗살이 붙은 돼지고기가 한 가득이라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으려나 싶을 정도였다. 찬으로 나온 무우 말랭이 무침과 콩자반, 시금치 나물 그리고 시큼하게 익은 김치 두 가지도 맛깔스럽기 짝이 없었다.
몇 차례 방문으로 별 업무가 없어 보이는 주인 아저씨와 거의 일인 사업을 하는듯한 주인 아주머니와 면을 익힌 다음 아주머니 고향을 어쭈어 보니 나와 고향이 같다. 그래서 고향의 맛이 이런 것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향의 맛집에 다녀오면 언제나 가벼운 배탈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벼운 배탈을 하고난 후에도 그 집을 다시 찾는 이유를 모르겠다. 식재료에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믿고 싶은 것일까? 한동안 '고향의 맛집'을 찾지 않았는데 영영 그 집 발길을 끊게될 지 장담은 못하겠다. 못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니 이번에야 말로 그 집에서 김치끼개 다시 시켜먹고 내 배탈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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