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호암산 삼성산 석수능선 일대
Seoksu ridge, Samsungsan mt., Seoul
2020. 4. 4.
이제는 모두 다 지난 일이지만 나는 오래도록 관악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직장 생활 중 요즘처럼 봄볕 눈부시거나 또는 가을 하늘 푸르고 높은 주말에는 어김없이 매년 "재무본부 춘계 단합대회"와 같은 회사 행사를 기획하는 자들이 있었고 그 장소는 북한산 비봉이거나 관악산 연주대이기 마련이었던 것이다.
회사의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서 구성원 단합이 정 필요하고 그래서 행사를 할 것이라면 평일 업무 시간 중에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내 기억으로 그런 종류의 행사를 평일에 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뿐만 아니라 그 행사 장소를 북한산 비봉에서, 관악산 연주대에서, 청계산에서 아차산에서 해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이었단 말인가? 한강 시민공원 같은 곳에서 그런 행사를 가지면 회사 구성원 간 단합을 저해할 어떤 다른 위해 요인이라도 있단 말인가? 평소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갑작스러운 산행은 신체적으로 고될 뿐 아니라 안 쓰는 근육을 무리하게 쓰게 해서 산행 후 근육통으로 며칠 간 계단 오르내리기가 불편한 후유증까지 남기게 되는데 그 단합 행사를 지시하고 계획한 자들은 회사에서의 직위와 지위를 이용하여 그들 표현으로는 밑에 직원들, 정확하게는 동료 직원들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불편을 경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즐기는 사디스트 같은 변태들이 아닌가 의심했다. 명색은 단합대회이나 나는 그런 종류의 행사가 회사의 단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그 놈에 단합을 심히 저해하는 요상 망측한 행사였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나도 벌어먹고 살아야 했기에 이런 내 생각을 입 밖에 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애먼 북한산 비봉과 관악산 연주대만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직장 생활을 그럭저럭 수월하게 해왔다. 승진도 제 때 하는 편이었고 소위 좋은 자리를 잘 찾아다니던 편이었다. 그런 지난 이력은 아침에 회사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간도 쓸개도 현관 옆에 빼놓고 들어갔다가 퇴근할 때 되찾아 장착하여 집으로 돌아간다는 내 나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쭉 지켜온 다짐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합 하자고 퇴근 후에 마련한 회식자리를 2차에 3차에 종국에는 새벽 두 시에 지 집 앞 치킨집까지 밑에 직원들을 끌고 가서 이 자리까지 따라오지 않은 놈이 누구냐 꼽고 있는 작자에게 어떤 존경의 마음을 품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먹고 살겠다고 눈 꼭 감았을 따름이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개만도 못한 새끼들이다.
곡절이 있었고 이제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그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다행히 이제는 싫은 술자리 마음에 내키지 않는 산행은 따라 가지 않아도 괜찮게 되었다. 오늘 이 눈부신 4월 첫 주 토요일에 이제는 나 혼자 관악산 능선 따라 산행을 했다. 산길을 걸으며 그 험한 시절, 험한 샐러리 맨 생활을 나만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관악산이 무슨 죄가 있냐 싶은 생각을 했다. 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게 관악산 줄기 따라 진달래 만발했다.
서울 금천구 호암산 삼성산 석수능선 일대
Seoksu ridge, Samsungsan mt., Seoul
2020. 4. 4.
음악: 씽씽 「창부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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