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한옥마을 관훈동 민씨 가옥
2014. 11.
명성황후를 소재로 한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이 봇물을 이룰 때 아연함을 이길 수가 없었다. 아무리 그것들이 픽션임을 내세우기로 이 정도라면 역사 왜곡을 넘어 역사를 창작하는 꼴이 아닌가 하였다. 조선의 국모라는 명성황후는 일가친척을, 외세를 정치에 끌어들여 조선을 망국으로 이끄는데 한 몫 단단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명성황후의 권력을 등에 업고 조선 후기 외척 정치에 가담한 황후의 일족 여흥 민씨 인물들이 역사에 남긴 오점은 차마 글로 옮기기에 부끄러울 정도다.
그 인물들 중 대표라 할 만한 사람이 민영휘(閔泳徽)라는 사람이다. 조선 후기 고위 관직을 두루 차지하면서 당대 으뜸가는 탐관오리로 꼽혔다. 1894년 청나라 세력을 끌어들여 동학농민운동 진압을 기도하는가 하면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일본에 패해 실각하자 청나라 군대의 주둔지로 도망쳤다가 나중에는 친일파로 돌변 나라가 일제의 식민지가 되자 일본으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았으며 일제 강점기 조선 최고 갑부로 불렸다. 지난 주말 남산 한옥 마을에 이 "민영휘 가옥"이 들어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내가 아는 그 민영휘라는 사람이 맞는지 몇 번 확인했다. 민영휘 가옥은 남산에 한옥마을을 조성하면서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있던 그의 저택 일부를 옮겨온 것이 맞다 한다.
가옥에 깃든 사람들과 세상사의 올바르거나 그른 사연이 있을 뿐 가옥에 무슨 잘 잘못이 있겠느냐 만은 많은 공공예산을 들여 조성한 한옥마을에 꼭 민영휘와 같은 사람의 가옥을 이전 복원해야 했느냐는 의문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늦가을 좋은 사람들과 남산 주변 나들이는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으되 그 말미에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씁쓸한 기분이 들고 말아 남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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