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트 마케 "어린 발터의 장난감" 베낀 그림
after
August Macke "Little Walter's Toys" 1912
2020. 5.
결혼할 때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작은 유화 정물화가 담긴 액자를 받았다. 본인이 취미로 그리는 작품을 담은 것이었다. 아쉽게도 작품은 물론 그것을 담은 액자 마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아마 그분은 내게 소질은 없으나 나름 미술 작품을 보는 취향이 있다는 것을 생각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정성 들여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좋은 액자에 담아 선물로 준 그 분의 마음을 외면하기도 곤란한 것이어서 버리지도 못하고 액자는 그저 창고 속의 짐으로 남아 오랜 세월 동안 나와 함께 거처를 옮겨 다녔다.
최근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내 생활은 건전하여 퇴근 후 귀가하여 그림을 그린다. 이 시국에 마침내 그 액자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방도를 찾았는데 우선 액자를 풀어 안에 담긴 작품 대신 못 그린 내 그림으로 채워 넣었고 액자 프레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해 벽에 걸어 보았다. 못 그린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보니 꽤 그럴 듯 하게 보여 시골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즐기며 화실을 열어볼까 이 엄중한 시국에 터무니 없는 상상의 나래도 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