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20 HWP

가브리엘레 뮌터 "해변 풍경" 복제화

after Gabriele Münter "Landschaft am Meer" 1919 

 

오래 전 소설가 김훈의 글에서 아인삼카이트(Einsamkeit)라는 독일어 낱말을 봤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어떤 책이었는지, 어떤 행간의 맥락 속에서 그 낱말을 김훈이 사용했던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다만, 낱말이 당시의 나로서는 꽤 인상적이었던지 그 발음만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고 대충 기억하기로는 그 낱말을 외로움 또는 고독으로 번역을 하는데 김훈 본인이 이해하기로 그 낱말은 일체의 심리적 감정을 배제한 상태 그대로의 ‘혼자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 주장했던 것 같다. 외로움이니 고독이니 하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자들의 심리상태를 본인은 알지 못하겠다고 - 그것을 두고 주접떤다고 그랬나? 아무튼, - 김훈은 특유의 무협스러운 문체로 부언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교적 근년의 일이기는 하나 20세기 전반 활동했던 독일 화가 가브리엘레 뮌터(Gabriele Münter)의 작품 이미지 파일을 볼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인삼카이트(Einsamkeit)라는 낱말을 떠올린다. 단순한 형태와 색체로 표현된 그녀의 작품 대부분은 언뜻 쓸쓸한 느낌을 담고 있는 듯 하지만 풍경과 사물과 사람이 그림 안에서 독립적으로 공존한다는, 그래서 그림 속에 담긴 사람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안에서 존재할 뿐이라고 느끼며 그것이야 말로 김훈이 주장한 아인삼카이트의 낱말 뜻에 가장 부합하는 그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제 크레파스로 뮌터의 모작을 완성했다. 제목 조차 싱겁게 “해변 풍경”(Landschaft am Meer)이다. 아직 뮌터의 작품을 직관하지 못했다. 근래 일하기 퍽이나 지겹고 싫다.

 

관련된 글 : 1913년 세기의 여름

YIRUMA

HOPE

'○ 아트 로그 > 어쩌다 그린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 내려온다  (0) 2020.10.26
작은 배  (0) 2020.10.26
못난 취향  (0) 2020.03.27
오래된 액자  (0) 2020.03.18
남향집 2  (0) 2020.03.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