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레이덴

Leiden, Zuid-Holland, the Nederlands

2012. 8. 26.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에서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을 제치고 메달을 싹쓸이해간 나라 네덜란드는 다들 아시다시피 히딩크의 나라고 축구의 나라다. 반바스텐이라는 걸출한 축구선수가 있었다. 1990년대에 맹활약했던 그의 성명으로 나는 이름이 '반바'요 성이 '스텐'인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네덜란드 출신의 마르코 반 바스텐(Marcel "Marco" van Basten)이라는 선수였다. 세계적인 축구 클럽의 명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린, 한때 우리 박지성 선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은 인연으로 본의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졸지에 우리 박지성 선수의 절친이 되어버린 반니스텔루이의 영어권 애칭은 반니로 통했는데 그의 이름은 뤼트 반 니스텔루이(Ruud van Nistelrooy)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쌍벽을 이루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 아스널의 선수로 최고의 활약을 한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팀을 옮긴 반페르시의 본명도 로빈 반 페르시(Robin van Persie)다. 이 대단한 '선수'들은 다 더치(Dutch), 네덜란드 사람들이다. 우스개 소리로 네덜란드 사람들은 반씨(氏)들이 참 많다 하지만 반(van)은 영어의 오브(of)에 해당하는 네덜란드 말로 이를 테면 로빈 반 페르시는 페르시가(家)의 로빈이라는 뜻이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나라, 축구의 나라 네덜란드는 또 서양 회화사에 굵직 굵직한 명작들을 남긴 화가들의 나라이기도 하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물론 고흐가의 빈세트라는 의미고. 17세기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이끈 화가 렘브란트의 풀 네임은 렘브란트 하르먼스전 반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이다. 부친의 이름은 하르먼 반 레인이었는데 렘브란트의 가운데 이름인 하르먼스전은 하르먼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누구 주니어(Junior)라는 식이 될 것이다. 하르먼 반 레인은 일찍이 네덜란드의 상업도시로 번성한 레이덴(Leiden)에서 풍차 방앗간을 운영했는데 이 풍차 방앗간이 레이덴을 관통하여 흐르는 레인강, 곧 라인강(the Rhine) 하류 곁에 위치해 있어서 가문의 이름이 레인가(van Rijn)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렘브란트의 풀 네임을 풀어 해석하자면 이렇다. 레인가의 하르먼씨 아들 렘브란트. 지난 네덜란드 여행 중에 화가 페르메이르의 고향 델프트 방문을 빼놓을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렘브란트의 고향 레이덴도 빼놓을 수 없었다. 오전 반 나절 잠시 들린 레이덴이었지만 그때도, 그리고 못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는 지금도 이런 풍경 속이라면 서양 회회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위대한 화가 한 명 정도 탄생했다고 하여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풍경이다 싶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나라, 축구의 나라 네덜란드는 내게는 또 화가들의 나라다.

네덜란드 레이덴

Leiden, Zuid-Holland, the Nederlands

2012. 8. 26.

 

 

음악: 전수연 「In The Spring Garden」

 

렘브란트│스튜디오의 화가│1629년│보스턴 미술관 소장

Rembrandt Harmensz. van Rijn, A part of Artist in His Studio, Boston's Museum of Fine Art

 

 

'○ 유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덜란드 풍차마을 잔세스칸스  (0) 2020.03.10
플란다스의 개를 찾아서 2  (0) 2020.03.08
다시 한번 암스테르담  (0) 2020.02.02
내 마음의 강물 2  (0) 2020.01.07
뤼벡 풍경  (0) 2020.01.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