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Amsterdam, The Netherlands

2012. 8. 24.

 

암스텔(Amstel)강이 북해와 만나는 네덜란드 해안 저지대 자리잡은 암스테르담(Amsterdam)은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는데 13세기에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제방(dam)을 쌓고부터 북해와 발틱해를 사이에 둔 한자동맹의 주요 교역 도시의 하나로 성장하게 되었다. 특히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네덜란드가 합스브르크 왕가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떨쳐 일어서 독립을 쟁취하고 대서양과 인도양을 넘나드는 항로를 개척하여 아시아와의 무역을 선점하게 된 이른바 네들란드의 황금시대에는 신생 왕국 네덜란드의 수도로서 아시아로부터 가져온 온갖 진귀한 물산이 모여드는 당시 세계 최대 도시로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러한 국부를 바탕으로 암스테르담에는 미로 같은 운하와 그 운하를 배경으로 한 아름답고 화려한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주변 강대국의 시샘과 이권을 앞세운 둔 분쟁을 몰고 왔으며 강대국들과 거듭된 전쟁으로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네덜란드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특유의 실용정신과 근면을 바탕으로 근대의 산업혁명과 현대의 정보혁명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적응을 했고 오늘날에는 서유럽 어느 나라보다 건전한 재정과 경제, 사회 문화적 발전을 이룬 모범 국가로 자리 잡았으며 암스테르담은 전통과 현재가 멋지게 공존하는 아름다운 네덜란드의 수도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영국은 유럽의 대륙과는 거리를 둔 섬나라이고 수도 런던을 기준으로 할 때 가장 가까운 유럽 대륙은 영불해협을 사이에 둔 프랑스의 칼레(Calais)이다. 영불해협의 최단 거리에 있는 영국 도버(Dover)와 프랑스 칼레 사이에는 대형 페리선이 통항을 하고 있고 도버 인근 포크스톤(Folkestone)에는 칼레와 이어지는 해저터널이 뚫려 영국과 프랑스간 고속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영국 동부지방에서 유럽대륙과 가장 가까운 곳은 프랑스가 아니라 네덜란드이고 영국 동부 해안 하리치(Harwich)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 사이에는 하루 두 번 대형 페리가 통항을 하고 있다. 로테르담과 암스테르담의 거리는 차로 두 시간 안쪽, 그런 까닭에 내게 가까운 유럽 대륙은 프랑스가 아니라 네덜란드이다. 지난 여름, 나로서는 참 흔치 않은 여유였는데 이 대형 페리선에 내 차를 싣고 네덜란드로 건너가 며칠 동안 네덜란드를 여행했다. 네덜란드에서 나는 렘브란트의 레이던과 베르메르의 델프트, 그리고 그들의 걸작이 걸려있는 헤이그의 미술관을 둘러보았고 또 암스테르담의 미술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은 내가 좋아하는 더치(Dutch) 맥주, 암스텔(Amstel)과 하이네켄(Heineken)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얻은 쿠폰을 들고 하이네켄 기념품 가게에 가면 무료로 기념품을 준다기에 무려 한 시간을 걸어 기념품 가게에 도착을 했더니 쿠폰이야말로 조잡한 기념품으로 교환되는 미끼였음을 알았고 그 미끼를 배경으로 터무니 없니 비싼 가격들의 상품들이 채워진 진열대가 내 앞에 버티고 있어 상술로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할 역시 더취(Dutch)라며 허탈한 웃음 흘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 미끼가 없었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암스테르담의 구시가를 걸으며 못 찍는 사진 솜씨나마 내게는 참 소중한 기억이랄 밖에 없는 암스테르담 거리 사진들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못찍은 사진들, 특히 렘브란트의 옛집 앞에서 담아온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암스테르담에는 꼭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 생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Amsterdam, The Netherlands

2012. 8. 24.

 

BGM

Jason Donovan- Any dream will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