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 프램링엄
Framlingham, Suffolk, UK
2013. 4. 14.
영국의 봄은 천지간에 수선화(水仙花)와 함께 피어 유채꽃과 함께 만개한다. 못 찍은 이 사진들을 담은 그 해 봄에도 어김없이 우리 집 뒷마당에도 옆집 앞마당에도, 거리마다 곳곳마다, 가는 곳 마다 수선화가 피어 영국에 진짜 봄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회사 화단에 핀 수선화를 보면서 영국인 동료 직원이 물었다.
“한국에도 영국처럼 봄에 이렇게 수선화가 많이 피어나니?”
“글쎄, 본적은 있는데 흔한 것 같지는 않네.”
그 대화를 주고 받으며 내 나라로 돌아가 마당 넓은 집을 가지게 된다면 앞 마당에 수선화 구근을 촘촘히 심어 수선화 꽃 만개하는 날 그 꽃들을 보는 사람들과 함께 봄을 맞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 나라로 돌아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 나의 다른 많은 꿈들처럼 그 꿈은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꿈으로 남아 있다.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오늘 밤 못 찍은 옛 사진들을 포스팅하는 까닭은 아직 못 이룬, 언제 이룰지 기약도 없는 꿈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 때문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