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012. 7.
영국 서퍽 스납 몰팅
Snape Maltings, Suffolk, UK
『나의 영국 인문 기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서경석이라는 분이 쓴 책으로 저자는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현재는 일본 도쿄 케이자이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다. 책을 주문할 때는 영국과 인문, 기행의 조합이라 기대가 매우 컸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내 기호와는 맞지 않는 책이었다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책을 읽으며 저자가 음악을 전공한 아내와 함께 영국 기행을 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는데 그중 영국 남동부 지방 서퍽(Suffolk)의 스납 몰팅(Snape Maltings)이라는 유명한 콘서트 홀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소개하는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었고 스납 몰팅이 영국 살 때 우리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어서 여러 번 찾은 적이 있으며 거기서 담아온 못 찍은 사진들도 적지 않기에 책을 구실 삼아 영국에서의 옛 기억을 떠올려 보고자 한다.
사실 영국에서 일할 때 그 지역 주민인 동료 직원으로부터 가까운 곳에 스납 몰팅이라는 명소가 있다는 소개를 여러 번 받았고 심지어 그 스납 몰팅 콘서트 홀에서 슈미 쵸, 우리 성악가 조수미가 공연을 한 적도 있을뿐더러 그 스납 몰팅이 유명한 영국 음악축제라는 올드버러 페스티발(Aldeburgh Festival)이 열리는 메인 콘서트 홀이라는 소개까지 받았어도 현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관심도 없던 나로서는 그저 그러냐 할 뿐이었다. 하지만 오랜 옛 창고 건물을 현대식 콘서트 홀로 리빌딩했다는 스납 몰팅은 건물 그 자체로 외관이 무척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서퍽의 너른 평야와 소택지를 달려 북해(North Sea)로 흐르는 그곳 올드강(River Alde) 기수 지역 자연 풍광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오랜 만에 그 지역 지도를 펼쳐보며 혼잣말로 다시 불러보는 그 강과 바다를 끼고 옹기종기 들어선 작은 마을 이름들, 쏠프니스(Thorpeness), 오포드(Orford), 더니치(Dunwich) 같은 이름들이 아련하고 또 계절 바뀔 때마다 그곳을 찾아다니며 못 찍는 사진들만 잔뜩 찍어대던 시절이 그립니다.
그리고 이제야 그 추억들에 얽힌 글과 사진들을 포스팅하기 위해 위키사전에 “Snape Maltings”라고 쳐 봤더니 이 거대한 창고 건물들이 영국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세기 중반 광활한 농경지를 가진 서퍽 지방에서 경작한 보리 맥아(malt)를 저장하던 창고(malthouse)였으며 이 맥아들은 올드강과 북해, 템스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을 이용하여 런던의 맥주 양조장으로 심지어 유럽 대륙의 양조장으로까지 수출되었다고 한다. 한편 올드버러 인근 사우스울드(Southwold)에는 여전히 영국 전통 양조기법으로 에일(ale) 맥주를 생산하는 애드넘(Adnams) 양조장이 있는데 영국 생활 중 나는 에밀 맥주에 전혀 맛을 들이지 못했고 솔직히 전통 에일 맥주를 고집하는 영국 사람들도 잘 보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아는 스납 몰팅은 워낙 한적한 곳이라 자가 운전 이외에 그곳을 찾기 어려웠을 것인데 『나의 영국 인문 기행』의 저자는 캐임브리지에서 기차 타고, 버스 갈아 타고 스납 몰팅까지 찾아가서 좋은 구경 잘 하고 당일 캐임브리지로 돌아 갈 수 있었던가, 책은 내게 그저 그랬으나 여행의 고수들임에는 틀림없겠다 싶었다.
영국 서퍽 스납 몰팅
Snape Maltings, Suffolk, UK
River Flows In You, by Yiruma
performed live on piano by Marnie Laird of Brooklyn D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