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서퍽 펠릭스토우
Felixstowe, Suffolk, England ⓒ JUL 2010 BR

 

어릴 때 우리 집에 그때는 미싱이라고 불렀던 재봉틀이 있었다. 미싱이라는 낱말이 영어일거라고 짐작했는데 커서 알고 보니 머신(machine)을 두고 일본 사람들이 만든 조어였다. 그래서 미싱(ミシン) 대신 재봉틀이라는 말이 자리 잡았으리라. 그래도 미싱이라는 낱말의 생명은 꽤 끈질겨 웃찾사가 아닌 노찾사의 사계라는 노래에서는 봄바람이 불어도 –봉제공장의-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라고 했다. 어릴 적 우리 집 미싱이 어떤 경위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버지 벌이만으로는 우리 식구 호구조차 감당하기 버거워서 어머니가 일거리를 찾아 다니시기 시작하신 즈음 우리 집 미싱이 사려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즈음 미싱은 우리 집이 아니라 봉제공장에서 돌아가고 있었으리라. 먼 영국의 어느 골동품 가게(antique shop)에서 담아온 못 찍은 사진 한 장을 두고 사라진 옛날 우리 집 미싱을 생각했다.

 

조성우

"옛 사랑을 위한 트럼펫"

린나이팝스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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