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013 HWP

Hyldon Court, Felixstowe, Suffolk, UK


영국 서퍽주 펠릭스토우

 

글을 못 배워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낙도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워 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다. 글을 깨치는 방법 중 하나로 노랫말을 익히는 것만한 것이 또 있을까? 할머니들은 강사가 가리키는 칠판에 쓰여진 노랫말 한 소절 한 소절을 따라 부르며 한글 익히기에 참 열심이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할머니들 중 한 분의 얼굴에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할머니 왜 우세요?’, 나레이터의 질문에 할머니는 묵묵부답이셨고 그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한마디 거드셨다. ‘영감 보낸 지 얼마 안돼서 그랴.’ 노래는 나훈아의 고장 난 벽시계인데 저 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다는 노랫말이 할머니를 눈물짓게 하셨나 보다 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내 눈에 들어 사진으로 남은 벽에 걸린 저 영국 해시계는 고장조차 나지 않으리라, 고장도 없는 세월처럼.

 

 

'○ 영국 이야기 > 이스트 앵글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 피어 봄  (0) 2020.02.17
어느 맑은 날  (0) 2020.02.16
스납 몰팅  (0) 2019.10.23
가을 편지  (0) 2019.10.15
맨날 술이야  (0) 2019.10.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