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okhill Way, Rushmere St. Andrew, Suffolk, UK

2012. 12.

 

민요는 창작자가 문제되지 않으며 악보에 기재되거나 글로 쓰이지 않고 구전(口傳)되어 전혀 내려온다. 또한 민요의 악곡이나 사설은 지역에 따라, 노래 부르는 사람의 취향에 맞게 노래 부를 때의 즉흥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민요는 민중의 소리이고,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예술이라고 평가된다.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 못지 않게 세계 여러 민족들은 저마다 고유한 민요를 가지고 있고 그 중 우리 민족 못지 않게 흥에 취하고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아일랜드 민족 또한 풍요로운 구전 민요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 "Seven Drunken Nights"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에 관한 못쓰는 글 몇 자 포스팅 하려고 이걸 어찌 번역할까 잠시 고민 했는데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맨날 술이야!"보다 더 합당한 번역이 없을 것 같다. 일주일 내내 술 푼다 뜻이니까. 노랫말이 이렇다.

 

어느 고주망태, 주정뱅이가 술이 떡이 되어 월요일 집에 돌아와보니 못 보던 말 한 마리가 집 앞에 묶여 있길래 아내에게 대체 왠 말이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술이 떡이 되어서 암퇘지가 말로 보이냐고 핀잔을 준다는 내용이다. 물론 술이 떡이 된 주정뱅이는 ‘근데 대체 암퇘지 위에 왜 안장이 놓여있는 거지?’라는 기어들어가는 대답을 할 뿐이다. 술이 떡이 된 화요일에는 못 보던 코트가 문에 걸려 있길래 아내에게 물으니 담요가 코트로 보이냐고 핀잔을 듣고, 수요일에는 피리가 담배 파이프로 보이냐는 핀잔을 듣고, 목요일에는 화분 두 개가 장화로 보이냐는 핀잔을 듣고, 금요일에는 침대에 다른 사람 머리가 보여 물었더니 술이 떡이 되어서 아기가 어른 머리로 보이냐는 핀잔을 듣는다. 이때 술 주정뱅이의 군소리가 가관인데 ‘그런가? 근데 수염난 아기는 처음 보는 걸?’이다. 제목은 일주일 내내 술이지만 노래는 대개 금요일 밤에서 끝나는데 토요일, 일요일 밤은 구전되어 내려오는 버전이 하도 다양하고 음란하기까지 해서 대중 공연에는 잘 불려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가을 밤 처량하게 깊고 가을 밤 수심에 술만 늘어서 술김에 실실 웃자고, 웃는 김에 이 잡문을 보시는 분들도 같이 웃자고 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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