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dfather
Main Title
(The Godfather Waltz)
영화 『대부』(The Godfather)는 드높은 봉우리 세 개 나란한 거대한 산맥과 같다. 그러므로 이 산맥을 답사한 소감을 허접 필설로 늘어놓는다면 분수에 넘치는 짓이 될 것이라 세 편 시리즈로 나온 영화를 몇 번 거듭 보았음에도 지금까지 그 감상을 글로 남길 수 없었다. 그러나 높은 봉우리 사이에는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따라 여러 실개천이 갈래를 이루어 흐르고 있는데 그 실개천에 발을 담그고 앉아 늘어진 버드나무가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완상하며 몇 자 남기는 정도로 큰 흠이 되랴 싶어 언뜻 생각난 영화 『대부』 이야기를 몇 글자 옮긴다.
영화는 이탈리아계 이민인 뉴욕 마피아의 대부 돈 비토 콜레오네(Don Vito Corleone)의 딸인 코니(Connie)의 결혼식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두목 집안의 혼사답게 거하게 치르는 결혼식과 피로연에는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까지 출연하여 분위기가 한창 달아올랐다.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와 마피아와의 끈끈한 관계는 꽤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피로연으로 분위기가 한창 들뜬 사이에 대부는 컴컴한 실내에 조용히 앉아 지역 유지들, 정관계의 실력자들, 다른 마피아 패거리가 보내온 메신저들로부터 하례를 받기에 분주하다. 이런 하례의 자리는 마피아에게 비지니스의 자리이기도 하다. 이때 머리가 훌러덩 벗겨진 초로의 신사가 어둠을 배경으로 소파에 몸을 파묻고 앉아 있는 대부 곁에 바싹 붙어 무릎을 꿇고 앉아 대부의 손등에 연방 입맞춤을 해대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신사는 대부처럼 이탈리아에서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이었다. 그는 남들이 마다하므로 좋은 돈벌이가 되는 장의사를 차려 많은 돈을 모았으며 성실히 납세를 하고 정직하게 신천지 미국의 법을 지키는 훌륭한 시민이 되었다. 그는 성실했을 것이며 또한 정직했을 것이며 자신이 신봉하는 미국과 그 미국의 법질서가 정의롭고 또한 정직한 자신을 굳건히 지켜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들 멋대로 나와바리를 그어 놓고 그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돈을 갈취하는 마피아들을 인간 같지 않은 것들로 경멸했으리라.
그런데 금쪽 같이 키워온 그의 예쁜 딸이 부잣집 말썽꾸러기들로부터 윤간을 당해 만신창이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녀석들은 미국의 법에 따라 구금되었으며 재판을 받았고 또 그가 신봉하는 미국의 법과 정의에 따라 보석으로 풀려나 또 다시 시시덕거리며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그의 딸은 인생을 망치고 말았는데 딸을 짓밟은 놈들은 얼마간 감옥살이를 하고서는 풀려 나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돈다발을 들고 대부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인생을 망친 딸을 바라보는 아비의 고통과 똑같은 크기로 녀석들의 살점을 뜯어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 그는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마피아의 대부 돈 꼴레오네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자신 앞에 대머리를 박고 닭똥 같은 눈물 흘리는 장의사에게 대부 돈 비토 콜레오네가 가래 섞인 글글하는 목소리로 나즈막히 입을 연다.
"자네는 그토록 오랜 세월을 나와 이웃으로 알고 지내면서 한 번도 내게 예의를 표시하지 않았네. 그런데 이제 돈 다발을 들고 와서 내게 예의를 표시하는구만. 자네의 사정은 내가 잘 들었네. 돈은 가지고 돌아가게. 대신 언젠가 꼭 필요할 때 이웃으로서 내게 예의를 표시하게."
장의사의 딸을 망쳐놓고 여전히 시시덕거리고 돌아다니던 녀석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생면부지의 사람들로부터 참혹한 대가를 받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대부도 아들을 잃었다. 가업을 이어 받을 대부의 장남 쏘니(Sonny)는 다른 패밀리와 나와바리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다혈질의 격정을 견디지 못하고 설쳐 대다가 드럼 단창을 가진 톰슨 기관총의 총알 세례를 받아 처참하게 죽었다. 시신은 걸레가 되었다. 연미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머리에 뽀마드를 발라넘긴 대부 돈 꼴레오네는 오 간데 없고 푸석한 흰 머리를 산발한 채 스웨터 차림으로 아들의 죽음 앞에서 비척거리는 노인만 남았다. 그리고 총 맞아 죽은 아들을 먼저 보낸 노인을 위로하러 이웃인 장의사가 나타났다. 울먹이는 노인의 등을 두드리며 이웃인 장의사는 말했다.
"아드님의 시신을 살아 있을 때나 다름없이 깨끗하게 수습하고 염을 하겠습니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웃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
이 이야기는 거대한 대부의 산맥 어느 깊은 계곡에 흐르는 실개천 같은 이야기이다. 힘이 빠진 대부와 총 맞아 죽은 장남 뒤에 셋째 아들 마이클(Michael)이 등장하여 대부와 그의 형에게 총을 겨눈 적 패밀리를 처단하고 와해 직전의 콜레오네 패밀리를 재건했다. 그래서 영화가 두 편 더 나왔다. 영화 『대부』를 보고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시칠리아의 절벽 위에 홀로 앉아 한나절 낮잠에 푹 빠져보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나이를 먹으며 이루지 못할 꿈만 차곡차곡 쌓여가니 이것도 아마 병일 것이다. 시칠리아에는 “꼴레오네”라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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