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성당
Cologne Cathedral, Cologne, Germany
2012. 8. 23.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죄인 없듯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인 일본과 독일 사람들도 나름 억울한 사정이 있는지 대놓고 말은 못해도 전쟁 당시 자신들이 겪었던 피해의 상징적 건물을 잘 보전하고 관리하여 그 억울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경우 원자폭탄이 떨어져 그 폭발에 뼈대만 앙상하게 남겨진 히로시마 돔이 그 대표적 상징물이고 독일의 경우 위 사진에 보이는 쾰른대성당이 그 대표적 상징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 독일은 유럽 대륙 전체를 단숨에 석권을 하고 마지막으로 영국 점령을 남겨두었는데 대규모 상륙군을 보내 영국 섬을 점령하자는 방안과 공군력을 이용하여 영국을 지속 폭격하여 항복을 받아내자는 방안이 검토되다가 여러 사정 때문에 결국 영국을 폭격하는 방안으로 결론을 내리고 전투기와 폭격기로 영국을 공격하고 나중에는 독일이 먼저 개발한 탄도 미사일까지 영국에 엄청나게 쏘아 올리는 방법으로 영국의 항복을 종용했다. 그러나 대전이 전개될수록 전세는 독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특히 전쟁 후반 공군력에 있어서 독일의 열세는 확연해져서 이번에는 영국과 미국의 대형 폭격기들이 대놓고 독일 전역에 엄청난 폭탄을 쏟아 붓게 되었다. 일설에는 독일에 대한 폭격에는 영국이 더욱 열심이었다고 한다. 앙갚음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독일 대도시에 가면 다른 유럽의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들과 달리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의, 특히 영국의 폭격을 받아 도시가 잿더미가 된 까닭에 현재 독일 대도시 건물 대부분은 전후 독일의 복구 과정에서 건설되었기 때문이라 한다. 아마 개전 초기 독일이 영국에 퍼부은 폭탄보다 후기에 영국이 독일에 퍼부은 폭탄이 더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독일 중서부 라인 강변의 강안 도시 쾰른에 세워진 쾰른성당은, 물론 지은 죄가 커 대놓고 말은 못하나 영국이 이 훌륭한 세계적 문화유산을 포함하여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독일에 폭탄을 퍼부었는지 말 없이 웅변하는 거대한 상징물로 오늘날에도 우뚝 서 있다. 물론 13세기에 건축을 시작하여 19세기말까지 오랜 세월 건설된 고딕 양식의 쾰른성당은 그 자체로 세계문화유산에 올라 손색이 없는 훌륭한 문화유산이나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의 폭격을 당해 폐허가 된 쾰른 시가지와 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쾰른성당을 담은 흑백 기록 사진 액자와 엽서가 여전히 성당 앞 기념품 가게 맨 앞자리에 전시되어 팔리는 것을 보면 내 의심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일깨워 주고 있는 것 같다.
지난 8월 말, 유럽 대륙 여행 중 독일 쾰른 성당 앞에서 서서 고개가 뻣뻣해지도록 높은 첨탑을 한참 올려보다가, 성당 옆을 유유히 흐르는 라인 강변 길을 따라 걷다 발견한 기념품 가게 안에서 오래 전에 전쟁 기록사진으로 보았던 ‘폭격을 맞아 뼈대만 남은 쾰른성당’의 액자와 엽서가 눈에 들어와 느낀 그때 소회를 이제야 옮겨 놓은 잡문인데 전쟁이라는 비극 앞에 민초들이야 가해자의 편에 서 있었다 한들 결국 피해자일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다시금 곰 씹어보던 그날, 라인 강 강물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2012
독일 쾰른성당
2012. 10.
Cologne Cathedral, Cologne, Germany
BGM: Romance No. 2 in F Major (Op. 50), Beethoven played by Geneva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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