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동 │ 김지연 │ 2015년
가야기행 │ 이혜진 │ 2014년
저녁7시 │신애림 │ 2015년

 

어떤 훌륭한 회화 이론을 넘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회화의 힘은 회화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나 장면을 담아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세상 모든 사람과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를 보내며 골목길을 걷다가 골목 사이로 떨어지는 눈부신 햇살을 보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혼자 버스를 기다리는 여인을 보거나 늦은 밤 베란다 아래 가로등 불빛이 떨어지는 거리를 볼 때 느끼는 아름답다거나 평온하다거나 쓸쓸하다거나 하는 우리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작업 그로부터 회화의 힘이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19세기 사진이 발명되고 그로부터 예전에 회화가 담당해왔던 사실(寫實)의 역할을 카메라에게 넘겨주고 많은 화가들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인상주의니 표현주의니 추상 회화니 하는 길을 선택한 이후 21세기에 이른 오늘날까지도 사실을 담아내는 회화의 역할은 위축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활발하다. 그 이유는 화가가 수많은 붓질을 통하여 그의 일상 속 장면이나 풍경을 담아내는 동안 그의 일상과 생각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기 때문이고 그 작품을 통하여 전해지는 화가의 일상과 생각들에 대해 우리가 공감하고 감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주말 북한산 자락길 트래킹에 나섰다가 우연히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컷팅 엣지(Cutting Edge) 100」라는 타이틀을 내건 미술 전시회를 구경하게 되었다. 엄선 작품 100선이라는 의미일 텐데 그것을 굳이 컷팅 엣지 100이라 부르는 것도 세태라면 세태의 한 단면이리라. 전시를 안내하는 도록을 얻었는데 이에 따르면 여러 미술 대학교 학생 작품 중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은 엄선작을 전시하는 것이라 하며 전시는 시연 성격으로 딱 일주일간만 열리고 전시 이후에는 전시 작품 모두 서울옥션의 경매를 통하여 판매되는데 경매시작가는 100만원이고 경매를 통하여 얻은 수익은 이들 미술 대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여질 것이라고 한다. 귀한 전시를 본 셈이며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기획 의도도 훌륭하다 하겠으나 엄선작 100선 중에는 엄선이라 부르기에 송구한 서툰 작품도 보이고 학생 작품이라 믿기 힘든 발군의 역량을 과시하는 작품도 눈에 들었다. 학생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전시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이리라. 이 전시작품 100선 중 우선 내 눈을 사로잡은 세 작품을 이 잡문을 빌어 소개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감천동이나 가야, 진동, 청암과 같은 작품명이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지명이 내게 퍽 익숙한 지명일 뿐 아니라 회화가 담은 풍경이나 장면들이 역시 내게 퍽 익숙한 것이어서 그럴 것이다. 학생들의 작품 앞에서 대가의 작품 못지 않은 감동을 느낀다. 아마도 회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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