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여박물관

 

책에서 백제 호자(虎子)라는 옛 유물을 봤다. 생긴 모양이 새끼 호랑이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자세히 보면 눈과 코, 작은 귀까지 붙어 있다 하는데 책 속 사진으로는 알아보기 어려웠다. 생김으로 보아 호랑이보다는 강아지에 가까워 보였다. 옛 백제 지역 출토 유물로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소장 전시하고 있으며 용도는 요강으로 추정된다는데 남성 소변용 요강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뚜껑을 닫기도 어려운 모양이라 호랑이 아가리가 되었건 강아지 아가리가 되었건 오밤중에 이 요강에 오줌을 눴다가는 밤새 온 방안에 오줌지린 냄새가 진동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질이 경질 토기로 보이고 그럼에도 모양이 온전히 보전된 데다 이것이 백제시대 유물로 확인되었다면 연대 추정이 비교적 분명한 고분 유물로 출토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혹여 같이 출토된 유물 중 사발로 둔갑한 요강 뚜껑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간 망자의 무덤에 부장품을 두는 것은 사후 세계에서도 현세와 똑 같은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일 테니 그 사진을 보며 이 요강을 사용했을 주인의 모습이 얼핏 그려지고 함께 출토된 유물이 궁금했다. 잡생각과 잡설(雜說) 속에 가을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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