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아내 │ 에곤 실레 │ 1915년 │ 네덜란드 헤이그시립미술관

 Portrait of Edith (the artist's wife), Egon Schiele, Kunstmuseum Den Haag

 

네덜란드 여행길에 헤이그시립미술관에서 실레(Egon Schiele)의 그림을 봤다.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그림인데 이 그림이 등신대의 커다란 유화일 줄은 그전에는 몰랐다. 글을 쓰며 감정 과잉을 경계하자 하면서도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숨이 딱 멎는 기분이었다는 말 이외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림은 에곤 실레가 막 결혼 한 후 그의 아내(Edith)를 그린 것이다. 저 헤어 스타일, 눈동자, 눈자위, 뺨과 입술, 목, 긴 팔, 결혼을 위해 마련했다는 드레스, 발목 그리고 구두까지 그림에는 아내를 맞이한 그 시절, 그 순간 아내를 바라보는 화가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모든 것들을 그림 속에 담았으니까 에곤 실레는 먼 훗날 결혼할 때 아내가 어떠했는지 그때 아내를 바라보는 그의 기분이 어떠했는지 기억해내려 애쓸 필요가 없었으리라. 그러나 에곤 실레와 그의 아내는 결혼 한 이듬해인 1918년 전 유럽에 몰아닥친 치명적인 감기 바이러스로 병을 얻어 이틀 간격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때 아내는 임신 6개월이었다.

오스트리아 화가 에곤 실레의 이 걸작이 어떤 경로로 네덜란드로 건너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보다는 내 야속한 기억력을 신뢰해오지 못했던 탓에 사진도 찍어 두지 못한 저 그림을 내가 직관했다는 것을 잊을 듯해서 급하게 글로 남겨두는 참이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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