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지를 친 버드나무│1884│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Vincent van Gogh, Pollard Birches, 1884, Van Gogh Museum, Amsterdam
봄 지나 여름 건너 가을 깊어 겨울 와서 헐벗은 나무의 마지막 잎사귀마저 거친 겨울 바람 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에 겨울 칼바람에 여윈 몸을 맡긴 헐벗은 나무가지들만 남아도 우리는 이 겨울을 견뎌야 하고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난 밤에 내린 겨울비가 얼어 붙은 길가에 앙상하고 키 낮은 나무들이 가차없이 몰아 치는 겨울 바람에 떨며 서있는 도로를 달리다가 고흐의 그림 한 점이 생각나 늦은 밤에 그 그림을 보는데 조야한 터치로 빗금을 그어 놓은듯한 고흐의 펜화는 이 겨울을 견뎌내고 있는 내 마음을 닮은 듯 하다. 고흐가 그림의 대가 대접을 받는 이유는 그가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화가였기 때문이 아니라 가난하고 못난 우리들 마음을 닮은 그림을 그릴 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동안 화가는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수만 번 펜 끝을 그어 겨울 벌판을 화폭에 옮겨 놓아야 한다는 것을 고흐는 알았다. 이 겨울 우리 마음을 닮은 그런 고흐의 그림과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는 가장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고흐의 그림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다.
'Thanksgiving'
George Wins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