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 부케 │ 1982년 │ 서울미술관
2016. 1.

샤갈의 작품 앞에 서는 겨울을 느낀다. 서울미술관에서 본 「부케」(bouquet)라는 작품은 커다란 부케 꽃 아래 남녀가 나른한 포즈로 누워있고 먼 배경으로 마을을 배치한 샤갈 특유의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겨울 풍경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샤갈의 작품을 보며 겨울을 느끼는 까닭은 은연 중에 샤갈이 동토의 땅 러시아 출신이며 많은 작품들이 고향 마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선입견이 작용한 때문일 것이고 또 샤갈이 차가운 느낌이 드는 파란색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샤갈의 작품을 두고 작품의 격을 논할 만큼 미술 작품 감상에 조예가 깊지 않을뿐더러 샤갈을 작품을 많이 알지도 못하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다만, 샤갈의 작품을 보면 겨울 동화의 삽화 같다는 생각을 하고 그 속에서 남녀의 사랑,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샤갈의 작품 속 배경이 언제나 겨울이라서 그 온도를 더욱 따스하게 느끼는 것이리라.

어떤 계기로 샤갈의 1982년작 「부케」라는 작품이 부암동 서울미술관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인지, 그래서 내 카메라에 담기게 된 것인 모르겠다. 샤갈은 1887년에 때어났으니 이 작품은 그의 나이 무려 아흔 다섯 살 때 그려진 것이리라. 샤갈은 아흔 여덟 살이던 1985년에 사망했다. 샤갈의 작품을 담은 사진을 두고 샤갈이라는 사람은 늙어 죽을 때까지 평생을 사랑이 넘치는 겨울동화 속에 살다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러운 건가? 그놈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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