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천경자 화가의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의 위작 논란에 얽힌 소송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오늘 나왔다고 보도 되었다. 작고한 천경자 화가가 그 작품을 자신이 그린 작품이 아니라고 생시에 부정하였는데도 감정을 맡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관계자가 이를 천경자 화가의 작품이라고 판단하였고 천경자 화가의 유족 일부는 이것이 사자명예훼손이라며 고소한 사건인데 대법원의 판단은 이 미인도가 천경자 화가의 작품이 맞다 판결했다고 한다. 몇 해전 나는 팟 케스트를 통하여 이 사건을 고소한 천경자 화가의 유족 일부의 의견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유족들의 주장을 듣고 보니 그 미인도가 위작일 수도 있겠다 싶었고 이 사건의 쟁점이 다만 위작과 진품을 가리는 것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문제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유족들의 주장과 달리 오늘 대법원 판결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는 법적으로는 진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렇게 이에 얽힌 인터넷 뉴스 판을 닫으려다 가만 생각해보니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우리 모두는 부정하고 싶은 과거를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과거 자신이 창작한 작품에 대해 쳐다 보기도 싫다 고백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스로 돈을 들여 과거 자기 작품을 다시 사들여 폐기하였다는 사례를 읽은 기억도 있다. 이 사건에 관련된 천경자 화가의 미인도는 진품일까 위작일까? 법적으로는 진품임이 확정되었지만 위작 의심을 받고 있는 많은 명작들처럼 미인도도 그 진위에 대한 의혹이 붙은 '명작'으로 남을 것이다. 몇 해전 그 뜨거웠던 겨울, 촛불이 광장을 밝힐 때 지인들과 인왕산 산행을 마치고 잠깐 들린 서울미술관에서 사진으로 담아 온 천경자 화가의 또 다른 버전의 「미인도」를 올리며 잡문 몇 자 남긴다.